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잔 다르크의 수난 2

잔 다르크의 수난(블루레이)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는 걸작인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 감독의 '잔 다르크의 수난'(La passion de Jeanne d'Arc, 1928년)은 참으로 기이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영화다. 흑백 무성영화로 촬영된 이 작품은 시종일관 배우들의 얼굴 표정에 천착한다. 배우들의 특별한 액션, 또는 와이드스크린으로 펼쳐지는 풍경이나 전경 샷이 등장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집요할 정도로 배우의 얼굴을 쫓아다니며 그들의 얼굴에 서린 분노, 슬픔, 절망과 희망, 용기, 공포를 담아낸다. 내용은 프랑스 하원 도서관에 보관된 잔 다르크의 재판기록을 토대로 재현한 잔 다르크의 최후다. 영국과 프랑스 간에 벌어진 백년전쟁 중 남장을 한채 프랑스군을 이끌어 점령군이었던 영국군을 물리친 잔다르크는 1431년 영국군에게 포로가 됐다...

비브르 사 비

프랑스의 누벨바그 감독인 장 뤽 고다르는 "필름은 제 2의 존재들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즉, 카메라가 담은 존재들로 필름을 채운다는 점에서 카메라는 곧 기록장치이자 관객이다.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고다르가 감독 및 각본을 쓰고 편집과 내레이션까지 맡은 '비브르 사 비'(Vivre Sa Vie, 1962년)이다. 이 작품은 오락성으로 흥행만 쫓는 대중영화들이 넘쳐나는 요즘 진정한 영화보기란 무엇인 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제목인 '비브르 사 비'는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는 삶'이라는 뜻으로 인간의 주체적 삶을 의미하지만, 이면에는 다른 뜻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매춘을 '삶'(Vie)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곧 매춘부의 삶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주인공 나나는 유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