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장진 6

굿모닝 프레지던트

참 실없다. 대통령이 복권 1등에 당첨되자 기절을 한다. 당첨되면 기부하겠다는 공언이 생각나 또 기절을 한다. 누구는 대통령에게 달려가 아버지를 위해 신장 한 쪽을 달라고 떼를 쓴다. 그런가하면 무엇하나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대통령의 반려자는 공식 석상에서 이혼을 선언한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대통령에게 실없는 일들만 잔뜩 일어난다. 이쯤되면 즐거운 웃음이 아니라 어이없는 실소가 쏟아진다. '기막힌 사내들' '아는 여자' '간첩 리철진' 등 허를 찌르는 기발한 웃음을 선사하던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린 작품이다. 세 명의 대통령이 벌이는 이야기는 아이들의 실없는 농담처럼 황당하고 허망하다. 너무나도 현실을 외면한 꿈 같은 이야기, 그마저도 기분 좋은 꿈이 아닌, 번..

영화 2009.10.25

바르게 살자

일본의 유명한 각본가인 사이토 히로시는 우리에게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은 재기발랄하다. 그가 각본을 쓴 '사무라이픽션' '환생'이 그랬고, 그의 원작을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옮긴 '도둑맞곤 못살아'와 '복면 달호'도 그렇다. 최근작인 '바르게 살자'(2007년)도 마찬가지. 라희찬 감독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사이토 히로시의 원작을 장진 감독이 각색했다. 이 작품은 새로 부임한 경찰서장이 잇따라 터지는 은행강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모의 은행강도 훈련을 벌이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다뤘다. 장진 영화 특유의 허를 찌르는 황당한 웃음과 진지함이 교묘하게 뒤섞이면서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한 작품이다. 장진의 '기막힌 사내들'처럼 감탄을 자아낼 정도는 아니지만 이야기를 끝까지 쫓아가게 만드는 재미..

거룩한 계보

장진 감독이 만든 느와르 '거룩한 계보'(2006년)는 참으로 어정쩡한 영화다. 내용은 폭력조직을 위해 목숨바쳐 일해온 주인공 동치성(정재영)이 자신을 버린 조직에 복수하는 이야기다. 장진의 페르소나인 정재영을 비롯해 정준호, 민지환, 이한위, 신구, 윤유선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주먹질이 오가고 피가 피를 부르는 대결 속에 허망하게 쓰러져가는 인간 군상의 비극적인 모습은 영락없는 느와르다. 그렇지만 장진 특유의 개그식 대사와 SF 만화같은 황당한 설정이 날줄과 씨줄처럼 얽혀있다. 장진은 작정하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쉬운 영화를 만들었다고 얘기한다. 이를 그는 "어눌한 타협"이라고 표현한다. 그렇지만 결과가 성공적인지는 의문이다. 판타지도 아니요, 코미디도 아니고 100% 느와르도 아닌 이..

웰컴 투 동막골

박광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2005년)은 8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지난해 가장 히트한 영화다. 한국전쟁 당시 강원도 오지 산골에서 맞닥뜨린 국군과 인민군이 순박한 산골 사람들 덕분에 동화돼 친구처럼 지낸다는 이야기다.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이야기와 묵직한 반전 메시지를 판타지풍 영상에 실어 부담스럽지 않고 재미있게 전달한 점이 돋보이는 작품. 특히 강원도 사투리를 천연덕스럽게 구사하며 웃음을 선사한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히사이시 조의 아름다운 음악도 훌륭했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화질은 그저 그렇다. 텔레시네와 색보정을 미국 전문업체에서 했는데도 불구하고 색감이 전체적으로 약간 뜨는 ..

아는 여자 (SE)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 DVD 타이틀이 출시됐다. 여자들이 즐겨 쓸 듯한 수첩 모양을 닮은 패키지가 제법 예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영상은 무난한 편. 세방현상소에서 촬영 필름을 디지털 스캔한 뒤 색보정을 거치는 DI(디지털 인터미디어트) 작업을 거쳤다고 해서 화질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일단 플리커링 외에 특별한 잡티는 없지만 색상이 극장에서 봤던 것보다 탁하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평범한 수준. 요란한 소리가 울릴 만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서라운드 효과도 많지 않다. 2장으로 구성된 만큼 부록이 많다. 장진 감독, 정재영, 이나영의 재미있는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장진 감독이 진행하는 정재영과 이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