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저패니메이션 36

공각기동대 S.A.C 2nd GIG(블루레이)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를 토대로 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가 성공한 후 제작진은 이를 TV시리즈로 만들었다. 그 작품이 바로 2002에 나온 '공각기동대 S.A.C'(http://wolfpack.tistory.com/entry/공각기동대-SAC-블루레이)이다. TV 시리즈 역시 극장판 못지 않게 성공하자 2005년 제작진이 그대로 다시 모여 만든 속편이 '공각기동대 S.A.C 2nd GIG'이다. 역시 카미야마 켄지 감독이 시리즈 구성과 총괄 감독을 맡았고 칸노 요코가 음악을 담당했다. 마찬가지로 공안 9과라는 일종의 특수 경찰이 등장해 '개별 11인'이라는 강력한 테러 집단과 대결을 벌인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극장판 감독을 맡은 오시이 마모루가 참가했다는 점이다. 오시이 마모루는 전체 스..

공각기동대 S.A.C (블루레이)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만화를 토대로 한 저패니메이션 '공각기동대'가 독특했던 것은 고스트라는 존재다. 2020년대 미래의 인류는 뇌와 육신을 로봇처럼 인공물로 대체한다. 전자두뇌라는 뜻의 전뇌는 디지털 정보를 송신할 수 있게 개량되고, 의체라고 불리는 육신은 로봇 부품처럼 갈아끼울 수 있게 된다. 단순히 전뇌와 의체 뿐이라면 로봇과 차이가 없겠지만, 제작진은 여기에 고스트라는 존재를 불어 넣었다. 고스트는 말 그대로 인간의 혼이다. 몸과 두뇌가 기계화 됐어도 정신과 감성, 즉 고유한 사람의 마음만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설정이다. 그래서 희노애락을 느끼며 인공 물질로 대체된 두뇌와 몸을 지배한다. 공각기동대는 이처럼 특수한 존재들이 살아가는 미래의 일본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수사하는 공안 9과의 활약을 배경으..

반딧불의 묘(블루레이)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반딧불의 묘'(1988년)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애니메이션이다. 2차 세계대전말, 일본의 패망으로 고아가 된 남매가 비참하게 살다가 죽어가는 가슴 아픈 이야기로, 흔히 말하는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원작은 나오키상을 수상한 노사카 아키유키의 소설이다. 1930년생인 그는 유년기에 입양돼 어린 시절을 고베에서 보냈는데, 제 2 차 세계대전 당시 고베가 폭격당할 때 다시 전쟁 고아가 되는 비극을 겪었다. 그때 겪은 경험을 소설로 펴냈고, 이를 읽은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역시 제 2 차 세계대전 당시 겪었던 폭격의 경험을 살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더러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죄과를 덮어둔 채 희생자의 측면만 부각시켰다는 비난을 받지만 사실적인 그림과 이야기..

퍼시픽 림 (블루레이)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퍼시픽 림'(Pacific Rim, 2013년)은 한때 인기를 끌었던 일본의 특촬물을 보는 듯 하다. 마치 '고질라'와 '트랜스포머'를 섞어놓은 듯한 내용은 그다지 독창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제작진은 거대 로봇이나 괴수 모두 창조적인 아이디어라고 주장하지만 저패니메이션의 로봇물과 괴수시리즈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이 같은 작품들의 팬이다 보니 결국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그렇다보니 비싼 돈을 들여서 다시 만든 특촬물을 보는 것 같다. 문제는 독창성도 그다지 돋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한 술 더 떠 유치하기까지 하다. 차별화를 위해서 두 명의 조종사가 서로 싱크로나이즈를 통해서 로봇을 조종하는 설정을 택했는데, 마치 2인 댄스를 보는 것처럼 황..

모노노케 히메 (블루레이)

지브리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 1997년)는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독특하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비행 장면 등 하늘에 대한 동경과 서구식 이야기로 풀어가는 서양 문화에 대한 집착이 보이지 않는다. '이웃집 토토로'처럼 일본 고유의 문화를 다룬, 탈 서양적인 작품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작품은 일본 고유의 전승 설화에 의존하고 있다. 내용은 인간의 자연파괴에 분노한 짐승들이 인간을 공격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주인공과 원령공주, 즉 모노노케 히메의 활약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유럽의 민담을 1740년 프랑스 여류작가 가브리엘 수잔 바르보 드 빌레느브가 정리한 '미녀와 야수'의 흔적을 찾기도 하는데, 하야오 감독은 여기서 모티브만 빌렸다. 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