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실화의 힘은 강하다. 아무리 뛰어나게 이야기를 지어내도 실화만큼 극적이지는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운명은 더 할 수 없이 가변적이며 예측불가능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죽어도 좋아'를 만든 박진표 감독의 '너는 내 운명'(2005년)이 절절한 감동으로 관객의 가슴을 뒤흔들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런 운명의 힘, 즉 실화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순박하기 그지없는 시골의 노총각 석중(황정민)이 촌다방에 흘러든 차 따르는 아가씨 은하(전도연)에게 첫눈에 반한다. 왜 반했는지 따질 필요는 없다. 그게 운명이니까. 화선지에 물이 스며들듯 오랜 시간 조심스럽게 피어난 두 사람의 사랑이 여인에게 닥친 에이즈라는 천형 때문에 비틀리는 것 또한 운명이다. 그 여인을 못내 놓지 못해 음독까지 마다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