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전도연 12

너는 내운명 (SE)

역시 실화의 힘은 강하다. 아무리 뛰어나게 이야기를 지어내도 실화만큼 극적이지는 않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운명은 더 할 수 없이 가변적이며 예측불가능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죽어도 좋아'를 만든 박진표 감독의 '너는 내운명'(2005년)이 절절한 감동으로 관객의 가슴을 뒤흔들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런 운명의 힘, 즉 실화이기 때문이다. 어느날 순박하기 그지없는 시골의 노총각 석중이 촌다방에 흘러든 차 따르는 아가씨 은하에게 첫 눈에 반한다. 왜 반했는 지 따질 필요는 없다. 그게 운명이니까. 화선지에 물이 스며들듯 오랜 시간 조심스럽게 피어난 두 사람의 사랑이 여인에게 닥친 에이즈라는 천형때문에 비틀리는 것 또한 운명이다. 그 여인을 못내 놓지못해 음독까지 마다않는 남자의 순애보 역시..

인어공주

박흥식 감독의 '인어공주'(2004년)는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개봉한 작품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너무 큰 기대를 걸어서 그런지 흡족하지 않았다. 판타지에 의존한 사랑과 부정이 그다지 가슴에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느낌이 달라진 것은 DVD 타이틀을 보면서였다. 다음 달에 미리 나올 DVD를 곱씹어 보며 아련한 감정이 서서히 차올랐다. 극장에서 미처 보지 못한 덧정 속에 숨은 진정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판타지에 의존한 박 감독의 이야기 진행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가 만든 아련한 느낌의 그림만큼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HD텔레시네를 했다는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의 DVD 타이틀은 우리 영화치고 뛰어난 화질을 갖췄다. 원본 필름의 손상 때문에 생긴 잡티와 스크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