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정일성 4

최후의 증인(블루레이)

국내 추리소설계의 대부로 통하는 작가 김성종은 교도소에서 최고 인기 작가다. 문학성이 뛰어나거나 추리기법이 기발해서가 아니라 아주 선정적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통속작가에 가까운 그가 쓴 장편소설 '일곱개의 장미송이' '나는 살고 싶다' '백색인간' 등을 보면 성적인 묘사가 아주 세세하고 폭력적이다. '여명의 눈동자'도 마찬가지인데, 드라마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송지나가 각색을 잘 한 덕이다. 그나마 문학적으로 인정을 받는 작품이 바로 '최후의 증인'이다. 1974년 한국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이 작품은 한국전쟁에 얽힌 사람들의 비극과 복수를 다뤘다. 이를 33년 전에 영화로 만든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1980년)은 저주받은 걸작이다. 이 감독 특유의 박력있는 연출과 ..

추천 DVD / 블루레이 2017.07.03 (6)

화녀82

'화녀82'(1982년)는 우리 영화사의 기인이자 위대한 명장으로 꼽히는 고 김기영 감독이 자신의 대표작 '하녀'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1971년 '화녀'에 이어 두 번째로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원작보다 한층 더 무시무시해졌다. 이야기의 구성은 똑같다. 가정부로 올라온 시골 처녀가 주인집 남자에게 몸을 버린 후 온 가족에게 복수를 하는 이야기다. 단순 복수가 아니라 남자에 대한 집착이 무서운 증오로 변하는 과정을 애증의 변증법으로 다뤘다. 흑백으로 제작된 원작의 긴장과 섬뜩한 공포도 압권이지만, 다시 만든 이 작품 역시 또다른 긴장감을 선사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 김 감독은 다채로운 색을 사용해 등장인물들의 복잡 미묘한 심리 상태를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했다. 다양하게 반짝이는 스테인드글라스 파편과 김지미..

안개마을

이문열은 후기 작품들 때문에 극단적 보수주의 작가로 욕을 먹지만 그가 초창기에 내놓은 작품들은 상당히 훌륭하다. 특히 '사과와 다섯병정' '금시조' '칼레파 타 칼라' 같은 단편 소설들이 아주 빼어나다. 마당문고에서 나온 '사과와 다섯병정'이라는 이문열 단편집에 실린 '익명의 섬'도 마찬가지. 이 소설은 하나의 성씨로 이뤄져 마을 사람들이 모두 집안이다 보니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밖에 없는 곳에서 익명의 존재인 떠돌이 부랑자가 성의 탈출구가 돼 준다는 내용이다. 정치 사회적으로 억눌린 사람들이 성의 일탈을 통해 도덕적 분출구를 찾는 내용을 다룬 이 소설을 보면 과연 그가 보수주의자가 맞는 지 의아할 정도. 하지만 변화를 추구하기 보다 어떤 현상을 관찰하는데만 그치는 방관자적 자세를 견지하는 것을..

하류인생

임권택 감독의 99번째 영화 '하류인생'(2004년)은 흑백 TV를 보는 느낌이다. 색상은 화려한 컬러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은 1960~70년대 흑백 TV 시대의 정서를 담고 있다. 그만큼 그때는 세상 또한 흑과 백이었다. 독재에 반대하면 무조건 빨갱이가 되는 세상이었고, 돈이 없으면 하류인생이 되는 시대였다. 임 감독과 제작자 이태원 사장, 정일성 촬영감독은 이 같은 시대상을 필름에 담았다. 주인공 태웅(조승우)은 1950년대 말 자유당 정권 말기에 불량 학생으로 살다가 건달이 된다. 5.16 쿠데타 덕분에 군부와 줄이 닿아 건설업으로 돈을 만진 그는 우여곡절 끝에 1970년대 박정희 유신시대에 영화제작자로 변신한다. 이 과정에서 1950년대부터 1970년대를 관통하는 시대상이 태웅의 삶에 에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