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라이트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오래된 사진첩을 보는 것처럼 따뜻하다. 그것이 가슴 벅찬 사랑 이야기든, 애잔한 이별 이야기든 상관없이 그가 만든 따뜻한 영상은 오래도록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마법같은 힘이 깃들어 있다. '오만과 편견'이 그랬고 후속작인 '어톤먼트'(Atonement, 2007년)도 마찬가지다. 이완 맥이완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질투에 눈이 먼 소녀의 거짓말이 가져온 가슴아픈 이별과 안타까운 사랑을 그리고 있다. '오만과 편견'처럼 창 틈으로 스며드는 햇살과 은은한 촛불 등 국지 조명을 통해 인물들을 아련하게 표현한 영상이 일품이다. 마치 한 편의 영상시를 보는 것처럼 그림이 아름답다. 원작 소설만큼 복잡다단하게 얽히고 설킨 인물들의 감정의 깊이를 모두 담아내지는 못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