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조정래 2

태백산맥(블루레이)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 황석영의 '장길산',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같은 대하소설은 영화로 만들기 힘든 작품들이다. 두어 시간 남짓한 상영시간에 압축해 소화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이다. 굳이 만든다면 '반지의 제왕'을 만든 피터 잭슨 감독처럼 여러 번 끊어 만들 수밖에 없을 듯싶다. 삼국지도 영화의 경우 재미있는 부분만 끊어서 만든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으면 박경리의 '토지'처럼 긴 이야기를 소화할 수 있는 드라마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조정래의 10권짜리 대하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임권택 감독의 '태백산맥'(1994년)은 용감하면서 무모한 도전이다. 아쉬움 큰 영화 2시간 44분의 남과 북이 이념 대립으로 갈리게 된 민족 비극의 배경을 모두 녹여 넣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정글만리

출장 때문에 몇 번 찾아간 중국은 놀라운 나라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자금성의 규모와 끝없이 이어지는 만리장성 길이에 놀랐고, 끝간데 없이 시퍼런 물길이 경이로움과 공포감을 동시에 주는 '소계림' 용경협에 압도됐다. 이강(離江)이 감싸고 도는 계림에서는 수려한 풍광에 놀랐고, 곰과 호랑이 1,000여마리를 풀어 놓은 웅호산장에서 본 호랑이가 소를 산 채로 잡아먹는 장면은 충격이었다. 목이 아플 정도로 심한 공해와 호텔 창 밖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센 황사, 도대체 무엇이 진품인 지 알 수 없을 만큼 넘쳐 나는 짝퉁의 물결도 중국이 준 놀라움이었다. 1970년대식 촌스러운 대화와 연애담 조정래 작가의 세 권짜리 베스트셀러 소설 '정글만리'에서 다룬 정글은 바로 현대의 중국이다.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철저하..

2014.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