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존 레귀자모 9

칼리토(4K)

브라이언 드 팔머(Brian De Palma) 감독이 바라본 세상은 언제나 비정하다. 고생 끝에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한 번쯤 동정을 베풀 법도 한데 그는 그러지 않는다. 특히 그 방법이 잘못된 범죄자에게는 더 할 수 없이 냉정하다. 심지어 개과천선한 범죄자일지라도 용서가 없다. '칼리토'(Carlito's Way, 1993년)는 그런 영화다. 뒷골목 인생들의 고단한 삶을 특유의 비정한 시각으로 바라본 드 팔머식 누아르다. 옥살이를 하고 나온 칼리토(알 파치노 Al Pacino)는 손을 씻고 새 삶을 살지만 친구인 변호사 데이브(숀 펜 Sean Penn)의 일에 얽혀 마피아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때부터 칼리토의 고단한 삶이 시작된다. 영화의 힘은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조절할 줄 아는 드..

킥 애스2 (블루레이)

이 시리즈물의 주제가는 가슴이 뛰게 만든다. 헨리 잭맨이 작곡한 선율은 비장하면서도 격동적이어서 피를 끓게 만든다. 그 위로 우스꽝스런 옷을 입은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와 벌이는 처절한 액션은 더 할 수 없이 비장한 주제곡과 잘 어울린다. 바로 그 언밸런스의 미학이 '킥애스' 시리즈의 매력이다. 제프 와드로 감독의 '킥 애스2'(Kick-Ass 2, 2013년)도 마찬가지. 전편이 준 신선함과 충격이 워낙 강렬해 거기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시리즈가 갖고 있는 고유의 매력은 여전히 빛을 발했다. 그 중심에는 바로 힛걸이 있다. 전편에는 11세 작은 소녀가 걸쭉한 욕설을 내뱉으며 피가 튀는 잔혹 액션을 구사해 홀딱 반하게 만들었는데, 그의 시원시원하며 거침없는 액션은 여전하다. 다만 세월이 흘러 16세 소녀가..

아이스 에이지4 - 대륙이동설 (블루레이)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아이스 에이지' 는 3편부터 문학작품의 설정을 슬쩍 슬쩍 차용하기 시작했다. 3편에선 코난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를 빌려 오더니 4편인 '아이스 에이지4 대륙이동설'(Ice Age : Continental Drift, 2012년)에선 호메로스의 '오딧세이'를 빌려 왔다. 스티브 마티노, 마이크 터메이어가 공동 감독한 이 작품은 지각 변동으로 땅덩이가 분리되며 가족과 생이별한 일행들이 빙산을 타고 가족을 찾아가는 고난의 여정을 다뤘다. 이 과정에서 거대한 유인원인 기간토피테쿠스가 이끄는 해적 일당과 대결을 벌이고 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는 등 온갖 모험이 벌어진다. 싸이렌의 유혹, 온 몸을 마비시키는 과일 등은 모두 '오딧세이'에 나오는 소재들이다. 여기에 제작진은 제목이 말해주듯 판..

콜래트럴 데미지 (블루레이)

앤드루 데비이스 감독의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 2002년)는 원래 2001년 10월 5일 개봉예정이었다. 그러나 끔찍한 9.11 테러가 발생하면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가 이듬해인 2002년 2월 개봉했다. 그럴 수 밖에 없던 것이 공교롭게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D.C 한복판에서 건물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하고, 이를 소방관이 막는 내용이다. 아마도 911 테러 직후 개봉했더라면 끔찍한 폭탄 테러 내용과 소방관의 활약이 911 테러를 연상케 해 여러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했을 것이다. 작품을 만든 사람은 '도망자' '언더씨즈'로 흥행에 성공한 앤드루 데이비스 감독이다. 워낙 긴장감있는 액션 영화를 잘 만든 사람이기에 기대가 컸는데, 이 작품은 기대에 못미쳤다...

아이스 에이지 3 공룡시대 (블루레이)

'아이스 에이지'를 만든 블루스카이 스튜디오는 1990년대 중반 '토이스토리'로 혜성처럼 등장한 픽사 스튜디오를 보는 것 같다. 토이스토리가 그러했듯 2002년 그들이 만든 아이스 에이지는 아무도 성공을 예상하지 못한 작품이었다. 제작비를 아끼려고 설원을 배경으로 택하고, 자신들이 직접 만든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만든 이 작품은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면서 일약 블루스카이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올해 개봉한 화려한 색감의 '리오'도 블루스카이 작품이다. '토이스토리'처럼 이 작품 역시 허를 찌르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였다.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맘모스와 타이거, 나무늘보의 조합은 시종일관 삐걱거리며 웃음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속에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화합을 이룰 때 세상은 평화로워 진다는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