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줄리 델피 5

비포 선셋(블루레이)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선셋'(Before Sunset, 2004년)은 전편인 '비포 선라이즈'에서 하룻밤의 애달픈 사랑을 하고 헤어진 뒤 9년 만에 재회하는 이야기를 담은 속편이다. 풋풋한 미국 청년(에단 호크)은 유명 소설가가 됐고 파리 처녀는 열혈 환경운동가로 변신했다. 속편이 등장하기까지 9년이 흐른 시간은 영화 속 내용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팽팽했던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얼굴에 주름이 보이고 앳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서로를 갈망하면서도 이어지지 못한 둘의 애달픈 사랑은 변함없다. 외모만큼이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서로의 처지다. 그새 남자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뒀고 여인은 사귀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행복하지 않다. 생활에 떠밀려 흘러온 세월이 그렇게 만족스럽..

비포 선라이즈(블루레이)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굳이 닮은 우리나라 감독을 찾는다면 홍상수 감독을 떠올릴 수 있다.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들은 시종일관 등장인물들의 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도 특정 사건이 아닌 다양한 주제들을 두서없이 다룬다.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 속에 인생관, 철학, 세상사에 대한 관심, 두 사람의 감정 등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마치 등장인물들의 대화 장면이 영화 대부분을 차지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1995년)도 그런 영화다. 우연히 기차에서 만난 남녀가 대화를 통해 급격하게 가까워진 뒤 비엔나에서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다. 미국 청년(에단 호크)은 다음날 오전에 미국행 비행기를 타야 하고 프랑스 처녀(줄리 델..

비포 미드나잇 (블루레이)

제시와 셀린느가 돌아 왔다. '비포 선셋' 이후 9년, '비포 선라이즈' (http://wolfpack.tistory.com/entry/비포-선라이즈-비포-선셋)이후 18년 만이다. 세월의 두께는 두 사람의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호리호리하고 가냘펐던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느(줄리 델피)는 주름지고 배가 나왔으며, 결정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 쌍둥이 자매가 태어났다. 그렇게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 2013년)은 두 연인의 속절없는 세월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아니 영화 속 연인은 좀 더 현실적으로 돌아 왔다. 1편에서 사랑을 싹 틔우고, 2편에서 안타깝게 사랑을 보낸 그들은 3편에서 세월따라 변해버린 사랑을 이야기한다. 어느덧 아이들이 뛰노는 중년이 ..

내가 숨쉬는 공기

이지호 감독의 '내가 숨쉬는 공기'(The Air I Breaht, 2007년)는 재능있는 신인 감독의 등장을 확인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구성이 독특하다. 행복, 기쁨, 슬픔, 사랑이라는 4가지 주제 아래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혀있다보니 타인의 슬픔이 나의 행복이 되고 나의 행복은 타인의 슬픔이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구성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 픽션'을 연상케 한다.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주제 아래 옴니버스식으로 토막내 쫓아가는 구성은 다른 작품에서도 여러번 쓰인 방법이지만, 4편의 이야기 속에 허를 찌르는 기발함이 묻어 있어 여느 작품들과 차별화된다. 더군다나 4편의 이야기는 맞물려 돌아가..

비포 선라이즈 & 비포 선셋

리처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 감독의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1995년)와 '비포 선셋'(Before Sunset, 2004년)은 9년 간격을 두고 제작됐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는 낯선 도시에서 하루를 보내며 연인으로 발전하지만 사랑을 이어가지 못하고 헤어진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나 '비포 선셋'에서 우연히 재회한 연인은 다시금 과거의 사랑을 이어가지 못한 후회를 털어놓는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두 작품 모두 채 하루가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연인의 이야기를 긴 대사와 롱 테이크로 다뤘다. 요즘처럼 장면 전환이 빠른 영상에 익숙하면 지루할 수도 있으나 두 사람의 대사를 음미하다 보면 영화의 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배우들의 호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