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줄리안 무어 7

위대한 레보스키(4K 블루레이)

코엔 형제가 각본을 쓰고 연출 및 제작한 '위대한 레보스키'(The Big Lebowski, 1998년)는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숨은 걸작이다. 뚜렷한 일거리 없이 볼링이나 치면서 빈둥빈둥 살아가는 레보스키가 어느 날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행복하고 여유 있는 미국판 '현대 생활 백수'다. 레보스키를 맡은 제프 브리지스의 느물 느물한 연기는 물론이고 유쾌한 내용에 걸맞게 나른하고 편안하게 깔리는 음악들도 일품이다.직업도 없이 하루하루 유유자적하게 아무 계획 없이 살아가는 레보스키는 어찌 보면 바쁜 직장인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다. 그만큼 무한 경쟁이 현대 자본주의의 상징이 된 요즘 레보스키는 반동적 캐릭터이기도 하다.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에 그의 ..

쥬라기공원2-잃어버린 세계(4K 블루레이)

국민학교(초등학교) 다닐 때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SF소설이 아서 코난도일의 '잃어버린 세계'였다. 미지의 땅인 아마존 깊은 곳에 멸종된 공룡과 유인원이 아직도 살고 있다는 내용으로, 추리소설작가답게 그럴듯한 논리 전개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쥬라기 공원' 속편인 '잃어버린 세계'가 코난도일의 작품에 영향을 받았는 지 모르겠지만, 설정이 흡사하고 과학적 사실이 조금 더 추가된 점이 다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 2 - 잃어버린 세계'(The Lost Wolrd: Jurassic Park, 1997년)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을 토대로 했지만 소설과 다르게 전개된다. 공룡들이 멋대로 번식해 그들만의 세상이 된 섬에 들어간 주인공 일행이 벌이는 모험을 다뤘다. 여전히..

킹스맨 골든 서클(블루레이)

매튜 본 감독의 '킹스맨 골든 서클'(Kingsman: The Golden Circle, 2017년)은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이 나오기 힘들다는 영화계 속설에 부합하는 영화다. 매튜 본 감독의 특징은 만화적 상상력을 재기발랄한 영상으로 구현하는데 있다. 전편에서는 이를 재치있는 이야기와 조화를 이루는 스타일리시한 영상으로 만들어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도를 넘어선 느낌이다. 내용은 킹스맨 아지트를 공격한 악당을 찾아 미국으로 건너가 벌어지는 모험을 다뤘다. 킹스맨을 없애려고 시도한 악당은 온 세상에 마약을 퍼뜨리기 위해 마약 합법화를 주장하는 여성이다. 그에 맞서 킹스맨은 변함없이 기발한 무기로 무장한채 악당의 본거지를 공격한다. 악당의 활동 무대가 미국이다보니 자연스럽게 킹스맨의 배경 또..

싱글맨 (블루레이)

톰 포드는 쇠락해 가던 명품 브랜드 구찌를 다시 살린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다. 그는 뉴욕 파슨스스쿨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끌로에에서 인턴으로 일하다가 패션에 눈을 뜨게 됐다. 마침 다른 명품 브랜드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던 구찌는 1990년 외부 경영전문가를 영입한 뒤 파격적으로 톰 포드를 여성복 디자이너로 영입했다. 당시만 해도 구찌의 이미지는 오래된 명품이라는 올드 브랜드의 이미지가 강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톰 포드는 젊은 여성들을 겨냥한 섹시하고 관능적인 디자인의 여성복을 선보였는데 빅 히트하면서 가방, 신발, 선글라스, 향수, 남성복 등 구찌의 모든 브랜드 디자인을 맡게 됐다. 그 바람에 톰 포드는 다양한 패션상을 수상하며 일약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이름을 떨쳤다. 이후 톰 포드는 구찌를 나..

도망자 (블루레이)

앤드루 데이비스 감독의 '도망자'(The Fugitive, 1993)는 과거 TV시리즈의 영화화 붐을 일으킨 작품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데이비드 젠센이 주연한 1960년대 미국 ABC TV의 원작 시리즈는 매주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끝나며 시청자들의 애를 태웠다. 국내에서도 1980년대 방영됐는데, 꽤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난다. 앤드루 데이비스 감독은 오리지널 TV 시리즈의 기본 줄거리를 뼈대로, 좀 더 박력있는 액션을 가미해 TV 시리즈와 다른 영화적 재미를 선사했다. 덕분에 전세계적으로 히트하며 '미션 임파서블' '스타스키와 허치' '미녀 삼총사' 등 다른 TV시리즈 물도 줄줄이 영화로 제작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 작품의 성공 비결은 무엇보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긴장감을 확실하게 살린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