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중국 23

일대종사 (블루레이)

원래 쿵후(功夫)는 무엇이든 열심히 배워서 숙달하는 것을 말한다. 쿵후의 시조는 16세기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인도에서 온 선승 달마대사가 꼽힌다. 멸청복명의 쿵후 중국 소림사에 당도한 달마대사는 성격이 완고해 승려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근처 동굴에서 9년을 혼자 살았다. 70세 노인이 돼 소림사에 돌아온 달마대사는 승려들이 수양 중에 조는 모습을 보고, 수양만 하다가 체력이 부실해진 승려들을 위해 신체를 건강하게 할 수 있는 동작을 고안했다. 그것이 바로 쿵후의 시작이다. 물론 쿵후는 출발이 그렇듯, 싸움 동작도 포함돼 있지만 무술이라기보다는 생명력의 근원인 기를 기르는데 목적이 있다. 주먹으로 말아쥔 오른손을 쫙 편 왼손 바닥에 붙이는 쿵후식 인사법은 원래 해와 달을 상징한다. 바로 한자의 명(明)..

정글만리

출장 때문에 몇 번 찾아간 중국은 놀라운 나라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자금성의 규모와 끝없이 이어지는 만리장성 길이에 놀랐고, 끝간데 없이 시퍼런 물길이 경이로움과 공포감을 동시에 주는 '소계림' 용경협에 압도됐다. 이강(離江)이 감싸고 도는 계림에서는 수려한 풍광에 놀랐고, 곰과 호랑이 1,000여마리를 풀어 놓은 웅호산장에서 본 호랑이가 소를 산 채로 잡아먹는 장면은 충격이었다. 목이 아플 정도로 심한 공해와 호텔 창 밖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센 황사, 도대체 무엇이 진품인 지 알 수 없을 만큼 넘쳐 나는 짝퉁의 물결도 중국이 준 놀라움이었다. 1970년대식 촌스러운 대화와 연애담 조정래 작가의 세 권짜리 베스트셀러 소설 '정글만리'에서 다룬 정글은 바로 현대의 중국이다.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철저하..

2014.03.28

커커시리 : 마운틴 패트롤

쿤룬 산맥 남쪽 중국 칭하이성 티베트 고원에 위치한 해발 4,800미터 높이의 고원, 커커시리. 이름조차 생소한 이곳은 남극 북극과 함께 사람이 살기 힘든 세계 3대 오지로 꼽힌다. 연평균 기온 섭씨 영하 4도, 추울 때는 보통 영하 40도 이하로 떨어진다. 고도도 높아서 산소가 평지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조금만 빨리 걸어도 금방 숨이 차며, 심장으로 혈액이 제대로 흘러들지 못해 쉽게 피곤하고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이 곳은 야생동물 천국이 돼버렸다. 그것도 티베트 영양, 흰입술 사슴 등 세계 희귀 동식물들이 대거 서식한다. 그 중에서도 최고는 짱링양으로 불리는 티베트 영양. 보온 능력이 탁월한 털과 가죽 덕분에 티베트 영양의 모피는 수백 만원에서 수천 만원을 호가한다. 여기서 커커..

공모자들 (블루레이)

1999년 2주간 다녀온 인도 출장과 관련해 소름끼치는 기억이 하나 있다. 당시 주인도 한국대사는 국빈 대접을 받으며 방문한 한국 기자단을 초청해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그때 들려준 충격적인 이야기가 바로 인도의 심각한 인신매매 실태였다. 주로 외국인을 상대로 한 인신매매는 여성들의 경우 매매춘, 남성들의 경우 장기 적출용으로 이뤄진단다. 대사는 실제로 인도 방문 몇 달 전 한국에서 고시 합격한 대학생이 인도에 배낭여행을 갔다가 장기를 적출당한 시체로 발견된 적이 있다는 얘기를 해줬다. 한국에서는 대서특필될 일이지만 인도는 워낙 사고가 많다보니 시체가 발견되도 기사 한 줄 나오지 않는다는 말에 소름이 끼쳤던 기억이 있다. 김홍선 감독의 '공모자들'(2012년)은 바로 무시무시한 장기밀매자들에 대한 영화다..

공모자들

김홍선 감독의 영화 '공모자들'은 올 여름 본 다수의 개봉작들 가운데 가장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뛰어난 이야기의 완결성과 긴장감은 '다크나이트 라이즈' '스파이더맨' '도둑들' '이웃사람' 등 여타의 작품들을 압도한다.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에서 멀쩡한 사람을 잡아다가 장기를 꺼내는 장기밀매조직의 충격적 이야기는 마치 목을 조이는 손가락에 점점 힘이 들어가 숨을 못쉬게 하는 것처럼, 극적인 긴장감과 공포가 점점 강도를 더해가며 온 몸을 짓누른다. 실제로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토대로 한 현실적인 공포는 일반 공포물의 실재하지 않는 공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고 무섭다. 특히 영화는 섣부른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일말의 기대를 끼워넣어 작위적으로 만드는 스토리를 철저히 배제한 채 냉혹할 정도로..

영화 201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