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짐 캐리 7

트루먼쇼(블루레이)

가을 날씨처럼 항상 푸르고 맑은 하늘 아래 하얀 집들이 그림엽서처럼 늘어선 마을. 더 할 수 없이 평화로운 풍경 속에 사람들은 언제나 즐겁고 유쾌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피터 위어(Peter Weir) 감독이 만든 수작 '트루먼쇼'(The Truman Show, 1998년)는 무서운 영화다. 트루먼(짐 캐리 Jim Carrey)이라는 한 사람의 일생을 탄생부터 죽음까지 당사자가 모르는 거대한 도시 크기의 세트 속에 가둬놓고 생방송으로 중계하는 내용이다. 어찌보면 진정한 리얼 버라이어티 쇼이지만 실상은 한사람의 일생을 통째로 매스미디어의 실험대상이자 오락거리로 삼는 가공할 이야기다. 한 사람의 프로듀서(에드 해리스 Ed Harris)에 의해 타인의 인생이 속속들이 카메라 앞에 까발려..

배트맨 포에버(4K 블루레이)

조엘 슈마허 감독이 맡은 배트맨 시리즈 3번째 작품 '배트맨 포에버'(Batman Forever, 1995년)는 팀 버튼이 만든 2편의 전작과 달리 훨씬 밝아졌다. 젊은 층을 잡기 위해 MTV 스타일을 원한 제작사의 의도와 함께 "영화란 재미있고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는 슈마허 감독의 영화관이 크게 작용했다. 그 바람에 영화는 심각한 이야기를 줄이고 볼거리로 승부를 건다. 주요 악당도 2명으로 늘었고 배트모빌도 화려하게 바뀌었으며 배트맨의 단짝 로빈까지 등장한다. 그 바람에 배역진이 호화로워졌다. 1,2편에서 배트맨을 연기한 마이클 키튼에 이어 발 킬머가 무뚝뚝하지만 우직한 배트맨으로 등장했고 크리스 오도넬이 로빈을 연기한다. 악당은 짐 켈리와 토미 리 존스가 맡아 성격파탄적이며 징글징글한 배역을 연기했..

킥 애스2 (블루레이)

이 시리즈물의 주제가는 가슴이 뛰게 만든다. 헨리 잭맨이 작곡한 선율은 비장하면서도 격동적이어서 피를 끓게 만든다. 그 위로 우스꽝스런 옷을 입은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와 벌이는 처절한 액션은 더 할 수 없이 비장한 주제곡과 잘 어울린다. 바로 그 언밸런스의 미학이 '킥애스' 시리즈의 매력이다. 제프 와드로 감독의 '킥 애스2'(Kick-Ass 2, 2013년)도 마찬가지. 전편이 준 신선함과 충격이 워낙 강렬해 거기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시리즈가 갖고 있는 고유의 매력은 여전히 빛을 발했다. 그 중심에는 바로 힛걸이 있다. 전편에는 11세 작은 소녀가 걸쭉한 욕설을 내뱉으며 피가 튀는 잔혹 액션을 구사해 홀딱 반하게 만들었는데, 그의 시원시원하며 거침없는 액션은 여전하다. 다만 세월이 흘러 16세 소녀가..

케이블가이 (블루레이)

워낙 땅이 넓은 미국은 유선방송이나 위성방송이 아니면 TV 시청이 힘들다. 공시청 시설이나 가내 안테나로 TV 수신이 잘 안되기 때문. 그만큼 미국에서 이사를 가면 가장 먼저 케이블TV 회사 또는 디렉TV 같은 위성방송 업체에 연락을 한다. 배우 겸 감독인 벤 스틸러의 '케이블가이'(The Cable Guy, 1996년)는 이런 미국인들의 세태를 꼬집은 영화다. 외로움에 굶주린 유선방송 설치기사가 고객을 스토킹하면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공포스런 이야기다. 주인공인 유선 설치기사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짐 캐리가 맡았다. 그는 당시 2,000만 달러라는 거액의 출연료를 받아 화제가 됐다. 그가 맡은 주인공은 어린시절 부모의 외출로 항상 집에 혼자 남아 TV만 보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라이어 라이어 (블루레이)

톰 새디악 감독의 코미디 영화 '라이어 라이어'(Liar Liar, 1997년)는 짐 캐리의 1인극이나 다름없다. 짐 캐리 특유의 과장된 표정 연기와 동작으로 시종일관 웃긴다. 내용은 승률과 처세술에 능한 변호사가 일에만 몰두해 가족들과 소원해지면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 뒤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얼핏보면 가족애와 정직함을 다룬 것 같지만, 역설적이게도 뒤집어보면 세상을 살아가려면 적당한 거짓말도 평화를 위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소위 선의의 거짓말이라는게 그런 범주에 든다. 내용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뻔한 이야기와 결말이고, 결국 갖가지 에피소드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벌어지는 각종 소동은 지나치게 과장돼 있고 억지스럽지만 짐 캐리기에 웃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