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최불암 5

바람불어 좋은 날: 블루레이

옛날 영화는 당시 시대적 상황과 풍경들을 고스란히 보여줘 좋다.내용을 떠나 그때 그 모습을 타임머신 타고 돌아간 것처럼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영화도 민간의 사관처럼 역사를 기록하는 증거물인 셈이다.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1980년)은 한창 서울 강남의 개발 붐이 일던 1970년대 말 8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강을 건너는 순간 밭농사 짓던 촌동네가 어느 날 개발 붐을 타고 부촌이 돼 버렸다.덕분에 돈을 번 사람도 있지만 모든 것을 잃고 내몰린 사람도 있다. 영화는 이렇게 희비가 엇갈린 사람들을 다뤘다.부동산 개발 붐을 타고 돈을 버는 악덕 부동산업자와 무작정 잘 살아보겠다고 몸뚱이 하나로 상경한 무지렁이 청춘들이 등장한다. 그렇게 서울로 몰려든 젊은이들은 값싼 노동력의..

최후의 증인(블루레이)

국내 추리소설계의 대부로 통하는 작가 김성종은 교도소에서 최고 인기 작가다. 문학성이 뛰어나거나 추리기법이 기발해서가 아니라 아주 선정적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통속작가에 가까운 그가 쓴 장편소설 '일곱개의 장미송이' '나는 살고 싶다' '백색인간' 등을 보면 성적인 묘사가 아주 세세하고 폭력적이다. '여명의 눈동자'도 마찬가지인데, 드라마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송지나가 각색을 잘 한 덕이다. 그나마 문학적으로 인정을 받는 작품이 바로 '최후의 증인'이다. 1974년 한국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이 작품은 한국전쟁에 얽힌 사람들의 비극과 복수를 다뤘다. 이를 33년 전에 영화로 만든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1980년)은 저주받은 걸작이다. 이 감독 특유의 박력있는 연출과 ..

추천 DVD / 블루레이 2017.07.03 (6)

영자의 전성시대

1970년대 나온 소위 '호스티스물'에 대한 편견이 하나 있다. 바로 야하다는 것. 지금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할 수 있는 것보다 하면 안되는게 더 많았던 서슬퍼런 독재정권 시절인 만큼 여자들의 속옷만 보여도 거의 포르노처럼 입소문을 탔다. 물론 나중에는 의도적으로 흥행을 노리고 싸구려로 찍어낸 호스티스물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70년대 호스티스물의 효시를 이룬 작품이 바로 김호선 감독의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1975년)다. 당시 TV에 갓 얼굴을 내민 신인 탤런트였던 염복순을 일약 스타로 만든 이 작품은 매춘부를 다루긴 했지만 결코 포스터처럼 야한 영화가 아니라 사회고발성 메시지가 강한 드라마다. 이 작품은 도시와 공업 위주의 편향된 경제개발 논리에 밀려 먹고 살기 위해 ..

추천 DVD / 블루레이 2012.02.29 (10)

기쁜 우리 젊은 날

1987년은 격변의 해였다. 연초부터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더라"는 궤변으로 시작된 서울대생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이 불거지더니, 급기야 6.10 민주항쟁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여세를 몰아 찌는 듯이 덥던 여름, 우리 민주화운동의 기념비적 사건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즉 전대협이 결성돼 학생운동의 중심이 됐다. 그 혼란의 와중에 조용한 멜로드라마 한 편이 개봉해 세상사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줬다. 바로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1987년)이었다. 순수하다못해 쑥맥같은 청년이 한 여인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인데, 신파로 빠지지 않고 가벼운 코미디 풍으로 처리해 높은 흥행 성적을 거뒀다. 당시 뜨거운 청춘이었던 만큼,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순수한..

진짜 진짜 좋아해

문여송 감독의 '진짜 진짜 좋아해'(1978년)는 고교 얄개 시리즈와 더불어 1970년대 하이틴 영화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당시 하이틴 영화는 순애보 일색이다. 서슬퍼런 유신정권 아래에서 폭압적인 긴급조치가 세상을 누르던 시절이라 별다른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기에, 온통 도덕 교과서 같은 이야기 아니면 눈물 콧물 빼는 이야기들 뿐이다. 이 작품도 예외가 아니다. 마라톤 우승을 꿈꾸는 고학생과 여고생의 애틋한 사랑은 남학생이 불치의 병에 걸리면서 졸지에 비극이 되고 만다. 내용은 그저 그렇지만 앳된 모습의 임예진을 볼 수 있는 반가운 작품이다. 출연 당시 18세였던 그의 모습을 보면 30년이라는 세월의 차이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이 작품에는 70년대 추억이 잔뜩 묻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