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창민 3

광해, 왕이 된 남자 (블루레이)

추창민 감독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가 돋보이는 점은 영리하게도 역사적 빈틈을 파고 들어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영화는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 중에서 재위 기간 15일이 비어 있는 점에 착안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내용은 끊임없이 암살을 의심했던 광해군이 자신과 똑닮은 가짜를 내세워 위기를 모면하는 줄거리다. 쌍둥이처럼 닮은 가짜를 내세워 암살 위험을 피하거나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이야기는 마크 트웨인의 소설 '왕자와 거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명작 '카게무샤'(http://wolfpack.tistory.com/entry/카게무샤) 등에서 일찍이 써먹었던 방법이어서 신선한 소재는 아니다. 제작진은 이를 자잘한 에피소드와 우리식 웃음으로 채워넣어 차별화를 꾀했다. 그..

광해, 왕이 된 남자

1,000만명의 관객이 들었다하니, 누군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는 그렇게 구를수록 점점 커지는 눈덩이처럼 소문으로 관객을 끌어 모은 영화다. 순전히 입소문 만은 아니다. CGV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이름에 '광'자와 '해'자가 들어간 사람을 끌어모으는 등 각종 마케팅까지 더해진데다, 대종상 시상식에서 무려 15개 상을 싹쓸이한 효과도 있다. 그 바람에 욕도 많이 먹지만, 무턱대고 욕만 먹을 영화는 아니다. 나름 그럴듯한 상상력에 적절한 유머를 섞어 재미있게 볼 만 하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서 광해군 재위 기간 중 사라진 15일을 순전히 상상해서 지어낸 이야기는 그다지 신선하지는 않다. 왕이 암살을 피하기 위해 신분을 바꿔 똑같이 생긴 허수아비를 내..

영화 2012.11.02

마파도

추창민 감독의 데뷔작 '마파도'(2005년)는 생각보다 준수하다. 싸구려 영화를 연상케 하는 포스터 때문에 눈길이 가지 않았으나 의외로 시나리오의 아귀가 딱딱 들어맞고 웃음도 간간이 터진다. 무엇보다 능글능글한 이문식과 반듯해 보이는 이정진, 그리고 다섯 할매를 연기한 김수미, 김을동, 여운계, 김형자, 길해연의 연기가 좋았다. 아쉬운 것은 배우들의 연기를 받쳐주지 못한 조명. 서정적 영상을 제대로 살리려면 충분한 조명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지 로케이션 사정인지 제작비 때문인지 몰라도 인물 위주의 조명에 국한된 점이 아쉽다. 덕분에 인물은 또렷해도 배경이 하얗게 나른 장면이 종종 보인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무난하다. 간혹 잡티와 이중 윤곽선이 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