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쿠엔틴 타란티노 17

헤이트풀8 (블루레이)

'헤이트풀8'(The Hateful Eight, 2015년)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만든 두 번째 서부극이다. 타란티노의 서부극은 특이하게 흑인 건맨이 주인공이다. 전편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는 제이미 폭스가 복수에 나선 총잡이 장고로 나왔고 이번 작품에서는 새뮤얼 잭슨이 현상금 사냥꾼으로 등장한다. 이 같은 특징은 타란티노 감독의 진보적인 시각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부극하면 으례히 백인 총잡이들과 인디언들이 나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흑인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를 단순히 흑인들의 출연 비중을 높이는 것에서 벗어나 주요한 역할을 맡겨 백인 중심주의적 역사관과 시각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여기에는 어려서부터 블랙스플로테이션 영화를 즐겨보고 흑인들과 어울려 자란 환경도 한 몫 했다. 197..

장고 : 분노의 추적자 (블루레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 분노의 추적자'(Django Unchained, 2012년)는 주인공 이름과 주제가만 빌려 왔을 뿐 이탈리아 감독 세르지오 코르부치가 1966년에 만든 원작인 '쟝고'와 완전히 다른 영화다. 따라서 코르부치의 원작 서부극을 봤다면 깨끗이 잊어버리고, '펄프픽션' '킬 빌' 등 재기 넘치는 타란티노식의 퓨전 서부극을 기대하는 것이 좋다. 타란티노 감독이 이 작품에서 겨냥한 것은 노예제에 뿌리를 둔 미국의 인종 차별이다. 내용은 도망 노예 신분에서 현상금 사냥꾼이 된 흑인 장고가 어디론가 팔려간 아내를 찾고 못된 백인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장르는 서부극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가 도사리고 있다. 노예 인신매매부터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모임인 큐클럭..

장고 : 분노의 추적자

1970년대 흑백TV 시절, '주말의 명화' 시간에 본 '쟝고'(http://wolfpack.tistory.com/entry/쟝고)는 기존 서부극과 많이 달랐다. 외래어 표기법 대로라면 '장고'가 맞지만 국내 개봉 제목은 '쟝고'(Django, 1966년)였다. 이탈리아의 좌파 감독 세르지오 코르부치가 만든 이 영화는 시작부터 음침하고 기괴한 주인공이 관을 끌며 나타났다. 영웅의 풍모가 풍겼던 기존 서부극 주인공과 달리 기괴한 느낌을 주던 주인공은 관 속에서 기관총을 꺼내 낙엽쓸 듯 적을 휩쓸었다. 거기에는 정통 서부극의 1 대 1 대결 대신 집단 학살극이 있었고, 처절하게 짓이겨진 주인공 위로 유명한 루이스 바칼로프가 만든 주제곡이 흘렀다. 프랑코 네로가 연기한 주인공과 무시무시한 기관총, 여기에 멋드..

영화 2013.03.23

저수지의 개들 (블루레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데뷔작인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 1992년)은 타고난 이야기꾼의 숨겨진 재능을 유감없이 드러낸 걸작이다. 엄청난 비디오광이었던 28세의 청년은 자신이 보고 듣고 알고 있던 감각적 소재들을 남김없이 쏟아 부었다. 음악부터 영상, 수다스럽게 쏟아내는 대사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배우들까지 모든게 완벽한 앙상블을 이뤄낸다. 그만큼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땐 마치 앤디 워홀의 팝 아트 그림처럼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이야기는 한무리의 범죄자들이 모여서 보석상을 털면서 일어나는 소동을 다뤘다. 서로 죽고 죽이는 그들의 파행은 쓰레기장에 모여 쓰레기를 뒤지며 물고 뜯는 개떼를 연상케 한다. 이를 위해 타란티노는 이 작품에서 걸죽한 욕설과 음담패설부터 잔혹한 폭력까지 남..

황혼에서 새벽까지 (블루레이)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황혼에서 새벽까지'(From Dusk Till Dawn, 1996년)는 B급 정서의 영화란 어떤 것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도망중인 은행강도에서 시작한 영화는 느닷없이 흡혈귀 이야기로 발전해 한바탕 피칠갑으로 끝난다. 할리우드의 악동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본을 쓰고 주연까지 했으며, B급 홍콩영화를 보며 감독의 꿈을 키운 로드리게즈가 만났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만큼 영화는 황당하고 요란하며, 잔인하다. 일단 내용이 우악스럽다. 흡혈귀들과의 싸움이다보니 주인공 일행은 마치 게임하듯 총질을 하고 상대의 사지를 잡아 뽑는다. 당연히 사방에 피가 튀는 것은 물론이고 신체 절단이 난무하다. 영화의 미덕 아닌 미덕이라면 과할수록 무덤덤해지는 효과를 노려, 천연덕스럽게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