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크리스토퍼 리 7

반지의 제왕2 두 개의 탑(4K 블루레이)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2 두 개의 탑'(The Lord of the Rings: The Two Towers, 2002년)은 시리즈가 본격적인 정점으로 치달은 작품이다. 각종 기괴한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오며 스펙타클한 전투장면을 연출하면서 3편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여 놓았다. 특히 이 시리즈 가운데 최대의 성공 캐릭터로 꼽히는 골룸이 본격 등장한다. 골룸은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이 다투는 복잡다단한 심리를 투영한 존재. 그렇다고 이 작품이 단순 볼거리에만 치중한 것은 아니다. 원작자인 톨킨이 그러했듯 처참한 전투장면과 전쟁을 준비하며 이별하는 가족의 슬픔, 죽음을 눈 앞에 둔 사람들의 공포스러운 표정을 통해 반전 메시지를 전달한다. 워낙 대규모 전투 장면이 많다보니 곳곳에 컴퓨터그래픽(CG)이 ..

로리타 (스탠리 큐브릭 감독판)

1980년대 모음사에서 출간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로리타'를 처음 읽었을 때, 시적인 떨림을 주던 그 첫 문장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 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리.타.' 등장인물에 대한 주인공의 생각을 가장 관능적으로 소개한 문구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소화하기 힘든 내용들이다. 중년의 사내가 12세 소녀에게 홀딱 빠져 미국을 떠돌며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는 내용. 워낙 센세이셔널한 내용 때문에 훗날 어린 소녀에게 성적으로 집착하는 현상을 가리켜 '로리타 신드롬'이라는 용어까지 낳았다.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만든 '로리타'(Lolita, 19..

휴고 (블루레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휴고'(Hugo, 2011년)는 영화에 대한 헌사다. 세상에 영화가 빛을 보게 했고, 어쩌면 스콜세지 감독이 존재할 수 있게 해 준 위대한 영화인 조르주 멜리에스를 재조명함으로서 영화의 시작을 말하는 작품이다. 조르주 멜리에스는 사람의 얼굴을 한 달의 한쪽 눈에 로켓이 꽂힌 장면으로 유명한 '달세계여행'이라는 무성영화로 널리 알려진 영화감독이다. 하지만 그가 평생 500여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각종 영화적 촬영기법을 개발해 뤼미에르 형제 이후 영화가 널리 보급되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환상적인 마술사였고, 자동인형을 만든 뛰어난 장인이라는 사실도 가려진 부분이다. 스콜세지 감독은 소년의 눈을 통해 이 위대한 장인의 세계를 다시 들여다봤다. 실로 ..

스타워즈 에피소드2 - 클론의 습격 (블루레이)

'스타트렉' '스타워즈' 등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물들은 미국에선 성공했지만 국내에서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1978년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4'는 이듬해 개봉한 술에 취한 성룡('취권')에 밀렸고, '스타워즈 에피소드5'는 영화수입쿼터제에 묶여 '스타워즈 에피소드6'보다도 늦은 1997년에 개봉하면서 참패했다. 당연히 먼저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6'는 이야기 연결이 되지 않으니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었고, 1999년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1'은 100만을 넘기지 못했다. 한일월드컵이 끝난 직후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2 - 클론의 습격'(Star Wars : Episode2 - Attack of the Clones, 2002년)은 140만명을 웃돌았고, 시리즈 중 가장 성공한 '스타워..

1941

'1941'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만든 슬랩스틱 코미디다. 진주만 기습 이후 LA 앞바다까지 침투한 일본군 잠수함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아무래도 스티븐 스필버그는 유머에 약한 듯 싶다. 얼개가 잘 짜인 구성으로 웃기는 것이 아니라 말도 안되는 억지 상황으로 웃음을 강요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대본을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이 썼다. 말도 안되는 상황극의 대표인 '백 투 더 퓨처' 시리즈를 만든 인물이다. LA 도심 한복판에 날아든 아군기를 적기로 오인해 대공 사격과 공중 추격전이 벌어지고 급기야 아군기를 격추하며 난리법석을 떤다. 정신없는 소동을 보면 제정신 박힌 인물을 찾기가 힘들 정도. 어찌보면 스필버그 감독은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을 통해 전쟁의 광기를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