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틸 슈바이거 6

레드 바론(블루레이)

니콜라이 뮬러손(Nikolai Mullerschon) 감독의 '레드 바론'(Der Rote Baron, 2008년)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영웅이었던 만프레트 폰 리히트호펜(Manfred von Richthofen) 남작의 이야기를 다룬 실화다. 리히트호펜은 제1차 대전때 붉게 칠한 전투기를 몰고 기발하고 과감한 조종술로 적기 80대를 격추한 최고의 에이스 파일럿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전투기 조종사들은 전자장비와 자동화 무기로 무장된 요즘 전투기 조종사들과 달리 눈과 육감에 의지해 싸웠다. 최대한 적기에 바짝 접근해 기관총을 쏘거나 권총을 쐈다. 물론 요즘 전투기보다 속도가 느리기는 했지만 그만큼 적기에 근접해 격추하기 힘들었다. 그렇다 보니 적기를 요격할 수 있는 위치 또한 제한적이었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4K)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Inglourious basterds, 2009년)을 만들면서 "독일인은 제2차 세계대전 영화를 죄책감을 갖고 보는데 익숙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족을 방망이로 개 패듯 때려잡고 머리가죽을 벗겨내며 이마에 칼로 하켄 크로이츠를 새기는 잔혹성도 독일인들이 익숙하게 볼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제2차 세계대전 영화 속 독일군은 잔혹한 폭력의 가해자였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독일군들이 처참한 폭력의 희생자가 됐다. 내용은 미군 특공대가 유럽에 침투해 히틀러 암살을 노리는 이야기. '바스터즈'라 불리는 미군 특공대는 '한 만큼 돌려준다'는 모토 아래 잔혹하게 독일군을 죽여 공포에 떨게 한다. 무엇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이야기는 2시간 30분이 언제 지나갔는지..

아토믹 블론드(4K 블루레이)

냉전시대에 베를린은 스파이의 천국이었다. 이념과 이권에 따라 갈린 전 세계 스파이들이 베를린에서 암약하며 철의 장막 뒤에 얽힌 비밀을 캐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의 '아토믹 블론드'(Atomic Blonde, 2017년)는 바로 이들의 이야기다. 냉전시대 베를린에서 암약한 동서 진영의 스파이, 그중에서 영국 MI6에서 활약한 스파이에 초점을 맞췄다. MI6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매력 만점의 멋쟁이 신사인 007 제임스 본드다.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잘 생긴 근육질의 마초 스파이가 아니라 매력적인 여간첩이다. 그렇지만 성을 무기로 내세운 하늘하늘한 여성이 아니라 더할 수 없이 냉혹하고 필요하다면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여전사다. 여주인공 로레인을 맡은 인물은 샤를리즈 테론..

노킹 온 헤븐스 도어(블루레이)

토마스 얀 감독의 데뷔작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1997년)는 제목이 말해 주듯 가수 밥 딜런이 부른 같은 제목의 유명한 명곡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 노래는 밥 딜런이 1973년에 출연했던 서부극 '관계의 종말'(http://wolfpack.tistory.com/entry/관계의-종말)을 위해 그가 만들어 불렀다. 밥 딜런은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했는데 그 중 이 노래가 가장 유명하다. 영화의 흥행을 떠나 노래가 크게 히트했고 여러 가수들이 다시 부르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도 밴드 젤리크가 다시 불렀다. '관계의 종말'에서는 총을 맞고 죽어가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모습 위로 이 노래가 흐르며 더할 수 없이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영화도 크게..

삼총사 (블루레이)

국민학교 시절 읽었던 알렉산드르 뒤마의 '삼총사'는 모험 소설의 시작이요 끝이었다. 시골 청년이 총사의 꿈을 품고 파리로 달려와 멋진 삼총사와 함께 위기에 빠진 왕비와 조국을 구하고 훌륭한 칼 솜씨로 적을 물리치는 내용은 꿈이 영그는 소년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숱한 영화로 거듭 났다. 동일한 제목의 영화도 수두룩하고, 비슷한 제목의 아류작까지 포함하면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존 웨인, 진 켈리, 크리스 오도넬 등 당대 스타들이 모두 달타냥이 돼 칼을 휘둘렀고, 심지어 소피 마르소까지 달타냥의 딸이 돼서 악당들과 싸웠다. 그만큼 '삼총사'는 너무나 익숙한 내용이지만 매번 영화화 될 때마다 호기심이 동한다. 그건 아마도 이소룡 영화와 같은 원리일 것이다. 모든 이소룡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