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파라마운트 4

대부(4K)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꼽히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의 '대부'(The Godfather, 1972년)는 3대에 걸친 가족 이야기다. 거대한 마피아 조직을 이끄는 두목에 초점을 맞췄지만 사실상 그가 지키려는 것은 가족이다. 코폴라 감독은 보스이기 이전에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키고 자식들을 강하게 키우려는 대부의 인간적 모습을 부각했다. 덕분에 이 영화 개봉 이후 미국에서는 마피아에 대한 시각이 우호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실제로 원작자인 마리오 푸조(Mario Puzo)의 소설이나 영화에 그런 부분이 있다. 이를 우려해 여러 감독들은 마피아를 미화한 작품이라며 감독 제의를 거절했다. 영화 제작 소문을 듣고 원작 소설을 쓴 마리오 푸조를 비롯해 제작진을 ..

이창(4K 블루레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명작 '이창'(Rear Window, 1954년)을 보면 아파트가 감옥 같다. 각각의 독립된 가구는 거대한 교소도의 감방처럼 보이며 이들을 지켜보는 제임스 스튜어트는 간수같다. 히치콕은 산업화와 도시화의 산물인 아파트를 소재로 공포스런 밀실 스릴러를 만들었다. 실제로 아파트 주민들은 커다란 건물에 함께 살지만 옆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아무도 모른다. 그만큼 현대인의 무관심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은 이웃집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살인을 다뤘다. 정작 옆집에서는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아무도 모르다가, 개가 죽어 비명을 지른 여인 때문에 모든 사람이 뛰쳐나와 관심을 기울이는 장면으로 히치콕은 현대인의 무관심을 꼬집었다. "이러고도 이웃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여인의 외침이 이를 단적..

현기증(4K 블루레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Vertigo, 1958년)은 개봉 당시 관객이나 평단의 반응이 시큰둥했다.유령 이야기를 들이대면서 너무 미적지근한 스토리로 흘렀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훗날 복잡다단한 심리적 갈등을 다룬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걸작으로 재조명됐다.내용은 고소공포증 때문에 형사를 그만둔 주인공(제임스 스튜어트)이 유령에게 홀린 것으로 의심되는 친구의 부인(킴 노박)을 미행해 달라는 의뢰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고소공포증은 단순 증세를 떠나 이야기 전개상 아주 중요한 소재이다.형사가 갖고 있는 고소공포증은 사건을 완성하는 중요한 퍼즐이자 사건 전개의 발단이 된다. 원작은 피에르 부알로와 토마스 나르스작이 쓴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라는 소설이다.히치콕 감독은 원작의 줄..

해리의 소동

'해리의 소동'(The Trouble With Harry, 1955년)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작품 중에서 이단에 속하는 영화다. 스릴러의 거장인 그가 만든 블랙코미디로, 제작사인 파라마운트의 우려대로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히치콕의 이름 때문에 무서운 스릴러를 기대한 탓이지, 결코 못만든 작품이 아니다. 어느 평화로운 마을에서 발견된 시체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을 적당한 웃음과 긴장감 넘치는 영상으로 묘사했는데, 웃음과 스릴리 적절히 조화돼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다. 결코 끔찍한 살인 행위나 무서운 장면이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도대체 범인이 누구인 지 수수께끼처럼 펼쳐지는 이야기에 긴장하게 되고, 은유적인 에로티시즘과 비꼬는 농담이 가미된 대사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히치콕의 다른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