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페넬로페 크루즈 8

엘레지

사랑은 과연 젊은이들의 전유물일까. 이 같은 의문에서 출발한 이자벨 코이셋 감독의 '엘레지'(Elegy, 2009년)는 60대 노교수와 30세나 어린 여대생과의 사랑을 통해 그 답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주책이랄 수 있는 상황을 코이셋 감독은 담담하면서도 차분한 영상으로 사랑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시도한다. 두 남녀가 나이차를 극복하고 보여주는 진정한 사랑은 젊은이들의 사랑처럼 불꽃을 튀기지는 않지만 세월이 가져다주는 깊이가 남다르다. 세월은 사람을 겁쟁이로 만든다. 노교수는 진심으로 여제자를 사랑하지만 세간의 이목 때문에 두려워하고 주저한다. 그래서 이별에 아파한 뒤 새삼 진실한 사랑에 눈을 뜬다. 사랑 앞에서는 나이와 학식이 별 도움이 안된다. 그게 사랑의 묘미이자 부작용이다. 영화는 이 과정을 차분한..

사하라

클라이브 커슬러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사하라'(Sahara, 2005년)는 고만고만한 B급 액션영화다. 클라이브 커슬러는 현대판 인디애너 존스인 더크 핏을 등장시킨 시리즈물을 쓴 작가. 주인공 더크 역할은 '달콤한 백수와 사랑만들기'의 매튜 맥커너히가, 여주인공은 페넬로페 크루즈가 맡았다. 감독은 디즈니사 사장 마이크 아이즈너의 아들인 브렉 아이즈너. 이야기는 남북전쟁 당시 보물을 가득싣고 아프리카로 건너간 철갑선을 찾는 모험담이다. 여기에 생화학 무기를 개발한 아프리카 독재자의 음모가 곁들여지면서 활극이 벌어진다. 그러나 철갑선과 보물의 발견, 악당의 격퇴 등 주요 부분을 너무많은 우연에 의존해 흥미가 떨어진다. 그렇다고 인디애너 존스처럼 눈길을 끄는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보니 미..

밴디다스

조아킴 로엔닝과 에스펜 샌드버그가 공동 감독한 '밴디다스'는 여성판 '내일을 향해 쏴라'다. 19세기 멕시코의 마을에 들이닥쳐 은행을 장악한 미국 악당들에게 재산과 아버지를 잃은 두 여성이 은행강도가 돼서 복수하는 내용이다. 셀마 헤이엑과 페넬로페 크루즈가 주인공을 맡아 선댄스 키드와 부치 캐시디처럼 총을 휘두르며 은행을 턴다. 그렇지만 버디 무비의 형태만 닮았을 뿐 '내일을 향해 쏴라'처럼 재기발랄한 낭만과 막판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비장미는 없다. 대신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 때문에 화려한 총격전보다는 섹시 코드만 지나치게 부각됐다. 어설픈 여주인공들을 내세워 정통 서부극 스타일로 정면 승부를 할 수 없다면 오히려 섹시 코드로 빗겨간 것이 흥행을 위한 방법일 수도 있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