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폴란드 4

이다(블루레이)

폴란드의 생소한 감독 파벨 파블리코프스키(Pawel Pawlikowski) 감독이 만든 영화 '이다'(Ida, 2013년)는 특이한 작품이다. 우선 독특한 형식이 눈길을 끈다. 2000년대 영화이지만 고전 영화처럼 4 대 3 풀 스크린 포맷의 흑백으로 만들었다. 이런 방식이 시대에 뒤처진 것 같지만 이 작품에서는 독특한 미적 감각을 발휘한 차별화 요소가 됐다. 여백의 미를 살린 아름다운 흑백 영상 영화의 어두운 배경과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흑백 영상이 강렬하게 부각하는 작용을 했다. 영상의 구성도 재미있다. 여백을 충분하게 살린 흑백 영상은 마치 동양화를 보는 것 같다. 하늘과 숲, 눈 덮인 벌판 등으로 꽉 들어찬 배경은 공간을 가득 메우면서도 마치 비어 있는 듯한 효과를 준다. 그 여백은 고즈넉한 사색의..

콜드 워(블루레이)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의 '콜드 워'(Cold War, 2018년)가 그린 사랑은 처절하고 아프다. 1949년부터 이어진 두 남녀의 사랑은 지난하게 이어지면서도 차갑고 엄혹한 현실에 면도날처럼 가슴을 베인다. 감독의 부모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작품은 폴란드의 마주르카 문화예술단원인 두 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마주르카 예술감독이었던 빅토르(토마즈 코트)와 신입단원 줄라(요안나 쿨릭)는 서로 사랑하게 된다. 그 와중에 폴란드의 전통 음악을 알리기 위해 창단된 마주르카 예술단은 구 소련의 입김이 점점 강해지면서 정치색 강한 공연을 요구받는다. 이를 견디지 못한 빅토르는 줄라와 폴란드를 벗어날 계획을 세운다. 두 사람은 동베를린 공연을 기회로 보고 탈출하기로 하지만 줄라가 합류하지 못한다. 결국 ..

쉰들러리스트 (4K 블루레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1993년)에 대한 평 중에 한 달 전 작고한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짧은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매일 도둑의 손수레를 검사하는 경비원이 있다. 경비원은 도둑이 훔쳐가는 게 뭔지 알아낼 수가 없다. 도둑이 훔치는 건 손수레다. 유대인들은 쉰들러의 손수레다." 촌철살인, 그야말로 이 영화의 의미를 몇 개의 문장에 함축적으로 잘 담아냈다. 이 작품은 나치당원이면서 독일인 사업가였던 오스카 쉰들러가 수용소에 갇힌 수많은 유대인들을 살려낸 실화다. 쉰들러는 나치 군인들에게 뇌물을 써서 유대인들을 자신의 공장 직공으로 빼돌려 목숨을 구했다. 물론 그가 세운 냄비와 군수공장은 제대로 돌아갈 리 없었다. 비록 공장은 망했지만 그는 ..

피아니스트 (블루레이)

진실의 힘은 위대하다. 그렇기에 실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커다란 울림을 준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The Pianist, 2002년)는 제 2 차 세계대전 당시 죽음의 문턱을 수 없이 넘긴 유명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실화다. 제 2 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인 1939년 폴란드의 유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스필만은 조국을 점령한 나치 독일에 의해 유대인 거주제한구역인 바르샤바 게토에 갇힌다. 그곳에서 가족들은 죽음의 트레블링카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최후를 맞고, 친구의 도움으로 도망친 그는 거지처럼 숨어 지내며 목숨을 연명한다. 그러던 어느날, 스필만은 하필 독일군 장교에게 발각되지만 음악을 좋아했던 장교는 스필만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그를 도와준다. 종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