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프랑스 33

공포의 보수(블루레이)

프랑스의 앙리 조르주 클루조 감독에게 세상은 정글처럼 보였나 보다. 그가 만든 걸작 '공포의 보수'(Le Salaire De La Peur, 1953년)는 살아남기 위해 물고 뜯고 목숨을 걸며 허망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인간 군상들을 다뤘다. 내용은 볼리비아의 작은 도시 라스 피에도라스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보기에도 황량하고 열악한 이 작은 마을에 더 이상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부랑자부터 전직 갱단원까지 굴러 들어와 살기 위해 일자리를 찾는다. 워낙 헐벗고 못 사는 곳이어서 마땅한 일자리는 석유 채굴을 위해 들어온 미국 석유회사뿐이다. 마침 유전에 거대한 화재가 발생해 실업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석유회사에서는 불길이 거대하다 보니 도저히 사람의 힘으로 끄기..

잔 다르크의 수난(블루레이)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는 걸작인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 감독의 '잔 다르크의 수난'(La passion de Jeanne d'Arc, 1928년)은 참으로 기이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영화다. 흑백 무성영화로 촬영된 이 작품은 시종일관 배우들의 얼굴 표정에 천착한다. 배우들의 특별한 액션, 또는 와이드스크린으로 펼쳐지는 풍경이나 전경 샷이 등장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집요할 정도로 배우의 얼굴을 쫓아다니며 그들의 얼굴에 서린 분노, 슬픔, 절망과 희망, 용기, 공포를 담아낸다. 내용은 프랑스 하원 도서관에 보관된 잔 다르크의 재판기록을 토대로 재현한 잔 다르크의 최후다. 영국과 프랑스 간에 벌어진 백년전쟁 중 남장을 한채 프랑스군을 이끌어 점령군이었던 영국군을 물리친 잔다르크는 1431년 영국군에게 포로가 됐다...

델리카트슨 사람들(블루레이)

장 피에르 주네와 마르크 카로가 공동 감독한 '델리카트슨 사람들'(Delicatessen, 1991년)은 기괴하면서도 기발한 영화다. 식인 문화부터 뚜렷하게 드러나는 계급 간 갈등 및 로맨스와 권력의 무상함을 꼬집는 냉소와 풍자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버무려 놓았다. 내용은 미래인지 과거인지 시대 가늠이 힘든 시절, 과거에 곡예사로 일했던 남자가 어느 정육점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식량을 구입하기 쉽지 않은 시절, 정육점은 종종 건물 주민들에게 고기를 공급한다. 그때마다 건물 세입자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정육점 주인은 딱 보기에도 백정처럼 우락부락한 느낌이 나는 거한이다.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하다 보니 사실상 건물의 권력자다. 건물 주민들은 그에게 잘 보여야 더 많은 고기를 살 수 있..

예언자 (블루레이)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예언자'(Un Prophete, A Prophet, 2009년)는 감옥 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2009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런던영화제 작품상, 유럽영화상 우수작품상, 전미비평가협회 외국어작품상, 제 35회 세자르 영화제 작품상, 런던비평가협회상 등 숱한 수상이 이를 입증한다. 이 작품이 잘 만든 감옥 영화로 꼽히는 이유는 한 청년이 6년간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어떻게 변하는 지를 밀도있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글 조차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어리숙한 19세 청년인 말리크(타하르 라힘)는 감옥에 갇혀 있는 험한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법을 배운다. 마피아 두목에게 걸려 살인을 사주받고 사람을 죽인 뒤 점점 더 어두운 권력에 물들어 간다. 급기야 커피나 타주는 것이 전부..

프렌치 커넥션(블루레이)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프렌치 커넥션'(The French Connection, 1971년)은 할리우드 형사물의 교과서같은 작품이다. 로빈 무어의 동명 넌픽션 책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60~70년대 미국은 터키에서 생산돼 프랑스를 거쳐 들어온 헤로인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주로 마르세이유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갱단이 들여 왔는데, 이 때문에 마약 밀매 루트를 프렌치 커넥션이라고 불렀다. 영화는 1960~62년 프렌치 커넥션 수사에 혁혁한 공을 세운 뉴욕 경찰의 에디 이건과 소니 그로소 형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길거리에서 마약 사범을 체포한 뒤 우연히 들른 술집에서 자꾸 자리를 옮기는 사람을 수상하게 여겨 미행하다가 우연히 범죄조직을 적발하게 된다. 당시 두 형사는 집요한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