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프리다 핀토 4

슬럼독 밀리어네어(블루레이)

대니 보일(Danny Boyle)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 2008년)는 일확천금의 우연과 행운이 겹치는 판타지 같은 영화다. 인도(India)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실제로 인도의 유명 TV 퀴즈쇼를 소재로 하고 있다. 우연히 퀴즈쇼에 출연한 주인공 자말 말릭(데브 파텔 Dev Patel)은 희한하게 자신이 겪었던 경험과 관련된 퀴즈를 만나면서 졸지에 백만장자에 한 걸음씩 다가가게 된다. 자신이 겪지 않거나 모르는 문제는 찍었는데 들어맞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자말의 목표는 우승이 아니다. TV에 출연해 예전에 헤어진 첫사랑 라티카(프리다 핀토 Freida Pinto)를 찾는 것이 목표다. 우연과 행운으로 점철된 로또 같은 영화 이 영화는 한마디로 시나..

신들의 전쟁 (블루레이)

그리스 로마 신화는 곧잘 영화 속 소재로 등장한다. 일일이 이름을 외우기 힘들만큼 온갖 신들과 영웅이 등장하기 때문. 무엇보다 그리스 신화의 특징은 신들이 선악의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것. 신들은 인간처럼 분노하고 질투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며 욕심도 부린다. 그러니 더 할 수 없이 좋은 영화의 소재가 될 수 밖에 없다. 타셈 싱 감독의 '신들의 전쟁'(Immortals, 2011년)도 그런 영화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를 고스란히 갖다 쓴 것이 아니라 재미를 위해 내용을 왕창 바꿨다. 아테네 왕 아이게우스의 아들인 테세우스는 졸지에 사생아가 돼버렸고, 태양신 하이페리온은 개망나니 폭군으로 둔갑했다. 그렇게 설정을 바꿔 선과 악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놓고, 만신전의 신들이 총출동해 테세우스를 도와 하이페리온..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블루레이)

인류가 멸망한다. 43년 전 개봉한 '혹성탈출'은 인류의 멸망을 다룬 무시무시한 재앙같은 영화였다. 그 영화가 특히나 충격적이었던 것은 인류가 유인원의 지배를 받는 비참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끔찍했던지, 어린 시절 TV에서 본 영상이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았다. 과연 인류가 어쩌다 그토록 나락으로 굴러 떨어졌으며, 유인원들은 어떻게 지배자가 될 수 있었을까. 1편에서는 한 줄의 암시같은 영상이 전부였다. 절반의 해답을 들고 나온 것이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의 프리퀄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년)이다. 와이어트 감독의 설정은 그럴 듯 하다. 치매치료제 개발을 위한 실험이 급기야 침팬지에게 놀라운 변이를 일으켰고, 이들이 스스로 자존을..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1980년대 초반, TV 주말의 명화 시간에 방영하던 오리지널 1968년판 '혹성탈출'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원숭이들이 말을 하고 사람을 노예처럼 부려서가 아니다. 영화적 상상이니, 얼마든 그럴 수 있지 않겠냐며 SF 소설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봤다. 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충격은 영화가 끝날 때 찾아 왔다. 우주선을 타고 갔다가 이름모를 행성에 불시착한 주인공(찰튼 헤스톤) 일행이, 행성을 지배하던 원숭이들을 피해 바닷가로 말을 달려 달아나가다 커다란 물체에 맞닥뜨린다. 찰튼 헤스톤은 할 말을 잃고 물체를 바라보다가 말에서 내려 바닥에 주저 앉아 절규를 한다. 그가 본 물체는 바닷가에 삐딱하니 쓰러져 반쯤 모래에 파묻힌 자유의 여신상이었다. 원숭이들이 지배하는 이름모를 별은..

영화 2011.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