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피터 포크 3

매드 매드 대소동

배금주의에 대한 풍자를 이토록 명쾌하게 그린 영화는 없다.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의 '매드 매드 대소동'(It's A Mad Mad Mad Mad World, 1963년)은 약 3시간 동안 요란하게 펼쳐지는 소동을 따라 웃다보면 정당한 대가없이 돈을 바라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느낄 수 있는 코미디다. 그만큼 메시지 전달이 명확하면서도 재미 또한 놓치지 않는 아주 잘 만든 영화다. 내용은 우연히 자동차 사고현장에서 죽어가는 사람으로부터 들은 거액의 돈상자 얘기를 듣고 이를 찾아나선 사람들의 소동을 다뤘다. 제목에 '미쳤다'는 뜻의 mad가 여러 번 들어갈 만큼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행동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들의 소동을 보다 보면 돈에 눈이 뒤집히면 이렇게 되지 않겠냐는 감독의 반문이 들리는 것 ..

베를린 천사의 시 - 콜렉터스 에디션

제 40 회 칸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Der Himmel Ueber Berlin, 1987년)는 천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 본 이야기다. 사람들의 힘든 생활을 위무해 주던 수호 천사가 직접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고 세상으로 뛰어 든다. 마치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유령처럼 베를린 곳곳을 떠돌며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 보던 천사들은 지치고 힘든 인간들의 아픈 삶과 역사를 본다. 그것만 봤다면 결코 천사의 날개를 떼어버리지 않았을 텐데, 힘든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않고 살아가려는 여인을 만난다. 결국 천사는 아름다운 여인과 아침 커피에 빠져 세상으로 내려 온다. 빔 벤더스 감독은 한 편의 동화같고 판타지 같은 이야기를 천사와 사람의 관점을 오가며 아..

안지오

덩케르크, 진주만 등은 2차 세계대전과 관련된 수치스러운 지명들이다. 미, 영 연합군은 이곳에서 패했고 역사를 배웠다. 안지오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에 상륙한 연합군은 독일군을 분쇄하고 로마로 치고 올라갈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도리어 1944년 안지오에서 독일군의 역공으로 처참하게 패배한다. 그 모든게 한 사람의 판단 착오에서 비롯됐다. 연합군 6군단을 지휘한 제임스 루카스 소장은 독일군이 떠나 무주공산이 된 로마를 점령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독일군의 매복에 걸릴 것을 우려해 지나치게 신중하게 전진하다가 오히려 독일군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고 말았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연합군은 케셀링 독일 공군원수가 지휘한 독일 10군의 공격을 받아 안지오로 진군했던 미 레인저대대가 완전 박살이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