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9

모스트 원티드 맨(블루레이)

안톤 코르빈 감독의 '모스트 원티드 맨'(A Most Wanted Man, 2014년)은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마지막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가 선댄스 영화제에서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지 1주일 뒤 약물을 혼합 복용하고 뉴욕의 자택에서 사망했다. 그의 나이 46세였다. 뉴욕대에서 연기를 전공한 뒤 5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그는 '리플리' '매그놀리아' '펀치 드렁크 러브' 등에서 조연이지만 개성 강한 연기를 펼쳤다. 특히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미션 임파서블 3' 등에서 선보인 인상적인 악역은 호프만이 얼마나 다양한 색깔을 지닌 배우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그가 기획하고 주연한 '카포티'는 호프만의 독무대였다. 강렬하고 선 굵은 연기로 작가 카포티의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준 ..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블루레이)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2007년)는 시드니 루멧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다. 1924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4세 때부터 순회 연극단의 아역 배우로 활동했다. 그때 경험을 살려 루멧 감독은 컬럼비아대 졸업 후 본격적인 연극배우가 됐다.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1942년 육군에 입대해 인도와 버마 등 남방 전선에서 레이더 관리병으로 복무했다. 전쟁이 끝나고 그는 친구인 배우 율 브린너의 도움으로 1950년 CBS TV에서 연출을 하게 됐다. 그때 만들었던 TV 드라마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1957년 영화로 만들면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루멧 감독은 이 작품으로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다. 이후 ..

위대한 레보스키(4K 블루레이)

코엔 형제가 각본을 쓰고 연출 및 제작한 '위대한 레보스키'(The Big Lebowski, 1998년)는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숨은 걸작이다. 뚜렷한 일거리 없이 볼링이나 치면서 빈둥빈둥 살아가는 레보스키가 어느 날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행복하고 여유 있는 미국판 '현대 생활 백수'다. 레보스키를 맡은 제프 브리지스의 느물 느물한 연기는 물론이고 유쾌한 내용에 걸맞게 나른하고 편안하게 깔리는 음악들도 일품이다.직업도 없이 하루하루 유유자적하게 아무 계획 없이 살아가는 레보스키는 어찌 보면 바쁜 직장인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다. 그만큼 무한 경쟁이 현대 자본주의의 상징이 된 요즘 레보스키는 반동적 캐릭터이기도 하다.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에 그의 ..

머니볼 (블루레이)

머니볼이란 적은 비용을 들여 높은 효율을 올리는 경영기법을 말한다. 한마디로 저비용 고효율을 의미하는 경영학 용어 같은 이 말의 원래 미국 프로야구(MLB)에서 나왔다. 만년 꼴찌팀이었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팀을 효율적 선수 관리를 통해 미 프로야구 사상 흔치 않은 20연승 기록을 달성하며 위력적인 팀으로 바꿔놓은 빌리 빈 단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몸값 높은 홈런 타자보다 안타가 됐든 고의사구가 됐든 몸에 맞는 볼이 됐든 1루까지 나가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중점적으로 선발했다. 그 선수가 무명이든 신인이든 가리지 않았다. 이를 위해 그는 출루율을 도입했다. 그리고 야구 전문가가 아닌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신참이 뽑은 숫자를 경영진에게 들이댔다. 그때부터 빌리 빈 단장은 승리를 위해 무조건 몸값..

펀치 드렁크 러브(블루레이)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중에 '펀치 드렁크 러브'(Punch-Drunk Love, 2002년)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싸이키델릭한 영상, 신경을 자극하는 음악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참고로, 감독은 이 작품으로 2002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코미디언으로만 인식했던 아담 샌들러를 다시 보게 만든 영화다. 아담 샌들러가 연기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독특하다. 그는 자신을 놀리는 것을 참지 못하는 분노조절 장애와 공짜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그런 성향들이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벽을 만든다. 특히 여자 친구를 사귀는데 장애가 된다. 오죽했으면 주인공은 외로움을 달래고자 폰섹스 서비스에 전화를 건다.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