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헬싱키 6

남과 여(블루레이)

오래된 영화팬들은 남과 여라면 클로드 를루슈 감독이 1966년에 만든 걸작 '남과 여'(A Man And A Woman)를 우선 떠올린다. 무려 60여 년 전 작품인데 지금 다시 봐도 아름다운 영상과 아련한 음악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명작이다. 이윤기 감독도 를루슈 감독의 작품을 의식하고 '남과 여'(2015년)를 만들지 않았을까. 두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을 다룬 점은 두 작품이 비슷하지만 기본적인 설정이 다르다. 클로드 를루슈와 이윤기의 '남과 여' 를루슈 감독의 작품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사는 남녀이지만 홀아비와 미망인이어서 심리적 제약은 없다. 반면 이윤기 감독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지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각각 유부남 유부녀여서 물리적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커다란 심리적 제약을 갖고 있다..

헬싱키의 '카모메 식당'을 찾아서

핀란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중에 우선 떠오르는 작품이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http://wolfpack.tistory.com/entry/카모메-식당-블루레이) 이다. 헬싱키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영화 속 카모메 식당이었다. 하지만 골목 안쪽에 자리잡은 카모메 식당은 영화 속 모습과 많이 달랐다. 정말 카모메 식당이 맞나 싶어 간판과 주변을 두리번 거렸을 정도.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식당에서는 이 곳이 맞다는 듯 전면 창에 영화 카모메 식당 포스터를 붙여 놓았다. 카모메 식당의 실제 이름은 카빌라 수오미다. 핀란드어로 카빌라는 카페, 수오미는 핀란드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이 곳에서는 음료와 식사류를 함께 팔았다. 영화와 달리 이중으로 된 문을 밀고 들어가니 실내..

여행 2015.01.01

에스토니아의 탈린을 가다

여유있는 일정으로 핀란드 헬싱키를 찾는 사람들은 에스토리나의 탈린을 거쳐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넘어간다. 모두 헬싱키에서 가깝기 때문. 에스토니아는 인구 138만명의 작은 나라로, 중세시대 한자동맹의 일원인 탈린이 무역중심지로 번성했다. 17세기 이후 스웨덴과 러시아의 오랜 지배를 받았고, 러시아 혁명 직후 1918년부터 2년간 전쟁을 치러 독립했다. 하지만 1940년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다시 소비에트연방에 편입됐고, 1991년 소련 붕괴 후 독립했다. 핀란드인들은 된 발음으로 딸린이라고 부르는 탈린은 에스토니아의 수도다. 러시아에서 떨어져나온 에스토니아는 빠르게 서구화해 유럽연합(EU) 뿐 아니라 나토 가맹국이 됐다. 그 바람에 러시아는 에스토니아에 눈독을 들이면서도 함부로 군사적 공세를 취하지 ..

여행 2014.12.27

산타의 나라, 핀란드 헬싱키 탐방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인천에서 직항인 핀에어를 타면 9시간 걸린다. 여행객들은 주로 낮이 긴 여름에 가고 겨울에는 오로라를 보기 위해 북쪽인 라플란드 지방으로 간다. 겨울철 헬싱키는 밤이 무려 20시간 가까이 지속돼 돌아다닐 시간이 많지 않다. 오전 9시반쯤 해가 떠서 낮 3시면 해가 진다. 낮에도 대부분 하늘이 흐려, 여간해서는 겨울철에 해 구경 하기 힘들다. 머무는 일주일 동안 한 번도 해를 보지 못했으니, 말 다했다. 물론 깜깜하다고 해서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상점들은 저녁 7시정도까지는 문을 열고 식당이나 카페들은 밤 9시, 10시까지 하는 곳도 있다. 공항에서 호텔 중심가까지는 그리 멀지 않아, 자동차로 25~30분 정도 걸린다. 숙소인 래디슨 블루 플라자호텔은 중심가인 에스플라나디..

여행 2014.12.22

오로라를 찾아서, 핀란드 이발로

북위 66도 33분을 넘어서면 소위 북극으로 구분하는 북극권이다. 핀란드 이발로의 위도는 북위 68도 39분. 핀란드 최북단 공항이 위치한 북극권인 이 곳을 한겨울에 찾는 이유는 한 가지다. 바로 신비한 빛,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오로라를 보는 게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겨울이면 하늘에 구름처럼 둥실 떠 있는 게 아니어서 운이 좋으면 보고 그렇지 못하면 볼 수 없는, 그야말로 로또같은 복불복이다. 핀란드에 20년 이상 살았다는 현지 동포분은 오로라 명소로 알려진 이발로와 이나리를 수 차례 찾았지만 한 번도 오로라를 본 적이 없단다. 이발로의 오로라 가이드 또한 열흘씩 머물러도 오로라를 보지 못하고 가는 사람이 수두룩하단다. 그래서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다. 가서 보면 좋고, 보지 못하면 ..

여행 2014.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