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홍금보 5

엽문2(블루레이)

엽위신 감독의 '엽문2'(葉問 2 - 宗師傳奇, 2010년)는 영춘권의 대부인 엽문을 주인공 삼아 시리즈로 만든 4편의 작품 가운데 두 번째다. 내용은 1950년대 홍콩에 도착한 엽문이 도장을 열어 자리를 잡게 된 과정을 다뤘다. 당시 홍콩에 몰려든 중국 사람들은 소수를 제외하고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 엽문도 마찬가지. 어렵게 남의 건물 옥상에 도장을 차렸지만 영춘권을 배우러 오지 않아 생활고에 시달린다. 여기에 중국에서 먼저 건너와 도장을 차린 다른 파벌들의 견제와 텃세가 만만찮다.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도장을 차린 엽문에게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난다. 바로 동양 무술을 무시하는 서양 권투선수다. 결국 엽문은 엄청난 괴력을 지닌 권투선수와 한 판 대결을 벌여 동양 무술과 중국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내용..

촉산

'촉산'(蜀山, 1983년)은 서극 감독의 '디 워' 같은 영화다. 흔히 홍콩의 스필버그로 불리는 그는 항상 할리우드 스타일의 영화를 꿈꿨다. 중국 영화 전통의 사극이나 무협 장르를 살리면서 여기에 할리우드처럼 특수효과를 가미해 대작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그만큼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서 여러 가지를 시도했으나 불운하게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서극 감독에게 좌절을 안긴 실패작이지만 그에게 전환점이 된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서극은 이 작품이 흥행에서 실패한 뒤 더 이상 기존 영화사에서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 힘들 것으로 보고 전영공작소라는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원하는 영화를 마음껏 만들기 위해 설립한 이 곳에서 그는 오우삼, 정소동 같은 감독들을 발굴해 홍콩 누아르 시대가..

사망유희 (4K 블루레이)

로버트 클루즈 감독의 '사망유희'(1978년)는 이소룡의 유작 아닌 유작이다. 이소룡이 일부 액션 장면을 촬영해 놓고 죽는 바람에 중단됐으니 유작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영화의 상당 부분은 골든하베스트 사장인 레이몬드 쵸가 돈을 벌려는 욕심에 '용쟁호투'를 만든 로버트 클루즈 감독을 기용해 엉뚱한 이야기를 만들어 붙였다. 그 바람에 당초 이소룡이 기획했던 영화와 너무 거리가 먼 작품이 돼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의미 있는 것은 이소룡 하면 언뜻 떠오르는 상징 같은 위아래가 붙은 노란 트레이닝복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원래 이소룡이 기획한 내용은 네팔에서 국보를 강탈해 한국의 한 섬으로 도망친 악당들을 해치우는 얘기다. 악당들은 높은 탑에 각 층마다 무술 고수들을 배치해 이소룡이 각 층을 올라가..

프로젝트A (블루레이)

성룡이 각본을 쓰고 주연, 감독까지 한 '프로젝트A'(Project A, 1983년)는 성룡에 대한 시각을 바꿔놓은 영화다. 워낙 이소룡을 좋아했기 때문에 '취권' '사형도수' 등 원숭이처럼 천방지축 날뛰는 액션으로 일관한 성룡을 그다지 좋게 보지 않았는데, 개봉 당시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보고 성룡을 다시 보게 됐다. 해적을 소탕하는 홍콩 경찰의 활약을 그린 이 작품은 합이 잘 맞는 한 편의 슬랩스틱 코미디같다. 성룡 특유의 익살과 정교한 액션이 유감없이 빛을 발한다. 특히 부상을 마다않고 스턴트맨 없이 성룡이 직접 연기한 무술은 고난도 아크로배틱에 가깝다. 이 작품이 성공하며 4년 뒤 속편도 등장했고, '폴리스스토리' '용형호제' 시리즈 등 성룡의 부상이 화제가 된 히트작이 줄줄이 나온다. 아무튼 무술..

용쟁호투 (블루레이)

올해는 이소룡이 태어난 지 70주년 되는 해다. 1940년 11월27일생인 그가 만약 살아 있다면 그는 70세 노인이 됐을 것이다. 1970, 80년대에 학교를 다닌 대부분의 남학생들에게 이소룡은 시대의 아이콘이자 영웅이었다. 이소룡이 활동한 70년대 중반에는 국민학생이어서 그의 영화를 제대로 못봤지만, 중학교를 다닌 80년대 초반까지도 국내에서는 이소룡 영화가 상영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이소룡이 나오는 영화를 처음 본 것은 중학교 1학년때인 1980년이었다. 이미 이소룡이 죽은 지 몇 년이 지났지만 당시 동시 상영관에서는 이소룡의 '사망유희'와 '정무문' 등을 열심히 틀어줬다. 그의 영화가 사람들을 열광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그가 배우이기 이전에 진정한 무술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절권도라는 무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