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황정민 23

사생결단(블루레이)

최호 감독의 '사생결단'(2006년)은 부산을 배경으로 마약상들과 이들을 쫓는 경찰의 추격전을 실감 나게 묘사한 작품이다. 내용은 마약판매상을 쫓는 형사(황정민)와 형사의 끄나풀이 된 마약판매조직의 중간 판매상(류승범)을 주축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최 감독은 2년여에 걸쳐 실제 마약 세계를 취재해 시나리오를 썼다. 덕분에 그들만의 은어와 이동식 마약제조공장 등 내밀한 이야기를 통해 꽤 실감 나게 마약판매조직의 실상을 그렸다. 무엇보다 마약판매상과 경찰이 벌이는 자동차 추격전과 막판 부두에서 벌이는 대결 등을 꽤 긴장감 넘치게 그렸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치열한 연기가 한몫했다. 생 양아치 그대로 변신한 류승범과 지독한 형사로 분한 황정민의 연기가 불꽃을 튀겼다. 그만큼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이 잘 맞아 척..

바람난 가족(블루레이)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2003년)은 제목처럼 온 가족이 바람나서 풍비박산 나는 발칙한 영화다. 변호사 영작(황정민)은 무용가인 아내 호정(문소리)이 있는데도 젊은 여인 연(백정림)과 바람을 피운다. 호정도 자신을 훔쳐보던 이웃집 고교생 지운(봉태규)을 도발해 선을 넘는 연애를 한다. 영작의 어머니(윤여정)는 불치병에 걸린 남편(김인문)을 병상에 놓아둔 채 애인을 사귄다. 이들은 모두 가정에 안주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식을 바깥에서 찾으면서 서로에게 충실하지 못하고 그냥 무늬만 가족일 뿐이다. 과연 이 정도로 콩가루인 집안이 있을까 싶은데, 임 감독은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만큼 가족의 연결고리가 약해졌다고 본 것이다. 다만 약해진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블루레이)

홍원찬 감독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19년)는 해외판 '아저씨' 같은 영화다. 살인청부업으로 먹고사는 전직 비밀공작원 인남(황정민)이 엄마를 잃고 장기밀매 조직에게 납치된 아이를 찾기 위해 태국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하필 인남이 의뢰를 받아 죽인 야쿠자 두목에게는 잔혹한 킬러 동생 레이(이정재)가 있다. 복수심에 불타는 레이는 태국까지 인남을 쫓는다. 인남은 태국의 장기밀매 조직과 레이 모두에게 추격을 당하면서 힘든 싸움을 벌인다. 뛰어난 싸움꾼이 납치된 아이를 찾기 위해 단신으로 장기밀매 조직과 싸우는 얘기는 '아저씨'와 닮았다. 다만 싸움의 스타일과 스케일이 다르다. 이 작품의 주인공 인남은 '아저씨'의 원빈이 목욕탕에서 보여준 화려한 개인기 액션과 달리 총싸움과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잔혹..

끝과 시작

민규동 감독의 '끝과 시작'(2013년)은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에 수록된 같은 제목의 네 번째 에피소드를 확대한 작품이다. 내용은 큰 줄거리는 같지만 일부 소소한 부분이 달라졌다. 단편은 재인(황정민)과 나루(김효진)가 자동차에서 정사를 벌이다가 사고를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하지만 장편은 재인의 아내인 정하(엄정화)가 자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재인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또 재인과 나루의 이야기가 실은 동창회에서 만난 재인이 정하에게 구상 중인 작품을 들려주는 내용이다. 즉 액자 소설처럼 피카레스크식 구조를 갖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민 감독은 이를 상상이 현실로 되풀이되는 식으로 구성했다. 특히 과거 재인이 정하에게 들려준 상상 속 이야기가 미래에 재인과 정하가 결혼한 뒤 현실화된..

곡성(블루레이)

'추격자' '황해' 등 스릴 넘치는 작품을 만든 나홍진 감독은 '황해'를 마치고 나서 우리나라에서는 왜 오컬트 영화가 잘 되지 않는 지 의문을 가졌다. 그는 그 이유를 성경의 틀 안에서만 찾으면 답이 없다고 보고 그러기 위해 아시아 토속 종교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등장한 작품이 '곡성'(2016년)이다. 이 영화는 제목과 동일한 발음의 전남 곡성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연쇄살인을 다루고 있다. 원래 지명이 제목이었으나 지역 사회의 반발이 커서 한자로 울음소리를 뜻하는 동음이의어 哭聲으로 제목을 바꿨다. 곡성에서 잇따라 엽기적인 연쇄살인이 벌어지는데 경찰은 그 답을 찾지 못한다. 급기야 경찰관 집안마저 괴이한 일을 겪게되자 무당을 불러 굿을 한다. 이 과정에서 멀리 바다건너 들어온 일본 귀신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