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히치콕 16

다이얼 M을 돌려라 (블루레이)

서스펜스극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1950년대 초반 한창 불던 입체영화 바람을 타고 입체영화를 한 편 기획한다. 그 작품이 바로 '다이얼 M을 돌려라'(Dial M for Murder, 1954년)이다. 그러면서도 히치콕 감독은 입체영화 붐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를 찍는 도중 입체영화 열기가 사그러들었다. 그래서 특수 카메라를 동원해 입체영화로 찍었지만 개봉은 주요 도시 몇 군데서만 입체영화로 하고 나머지들은 일반영화로 했다. 그만큼 이 작품은 2D와 3D를 모두 볼 수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영화의 기본 틀은 추리극이다. 아내의 유산을 노린 남편의 교묘한 살인극이 뜻하지 않은 일과 형사의 집요한 추리로 가면을 벗는 내용. 한 편의 잘 꾸민 추리극이긴 하지만 제..

스토커 (블루레이)

박찬욱 감독이 미국 폭스서치라이트 의뢰로 해외에서 처음 만든 '스토커'(Stoker, 2013년)는 관계에서 오는 긴장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숨겨진 미묘한 관계를 갖고 있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인은 시동생과 은밀한 접촉을 하며, 시동생은 조카 딸과 야릇한 감정을 나눈다. 이토록 복잡 미묘한 세 사람이 한 집에 살면서 빚어내는 긴장과 갈등이 영화의 큰 축을 이룬다. 박 감독은 범상치 않은 이야기를 물 흐르듯 은밀하게 움직이는 카메라와 깔끔한 편집으로 풀어냈다. 카메라는 '박쥐'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 등 박 감독의 전작을 찍은 정정훈 촬영 감독이 잡았다. 그만큼 박 감독과 호흡이 잘 맞아 이번 작품에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유려한 카메라 움직임을 선보였..

가족 음모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1976년에 만든 '가족 음모'(Family Plot)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만들고 4년 뒤 만 80세 나이로 세상을 떴다. 빅터 캐닝의 소설 '레인버드 패턴'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아이러닉한 스릴러다. 돈 많은 귀부인이 어마어마한 재산을 물려줄 잃어버린 상속자를 찾는다. 하필 이 일을 심령술사인 척 사기를 치고 다니는 커플이 맡는다. 어렵게 단서를 찾아 상속자를 찾는데, 문제의 상속자는 경찰들이 쫓는 희대의 납치범이다. 여기서부터 일이 꼬인다. 납치범은 사기 커플을 위험한 추적자로 오해해 엄청난 재산을 안겨줄 그들을 죽이려 든다. 결국 영화는 두 가지 추격전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물고 물리며 황당한 상황을 연출한다. 히치콕 감독은 세상 만사 속에 숨어든 허..

프렌지

거장이 돌아 왔다. '마니' '찢겨진 커튼' '토파즈' 등 일련의 작품이 잇달아 실패하며 쓴 맛을 본 알프레드 히치콕은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더 이상 스타시스템에 의존하거나 스파이물이 아닌 그의 장기인 서스펜스 스릴러로 돌아갔다. 그 결과 나온 작품이 바로 후기 걸작인 '프렌지'(Frenzy, 1972년)다. 명불허전, 결코 위대한 감독 히치콕의 이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이 작품은 연쇄살인범을 다룬 영화다. 아더 라 번의 '피카딜리, 레스터 광장이여 안녕'이란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성기능 장애가 있는 연쇄살인마가 여자들을 잔인하게 넥타이로 목졸라 죽이며 쾌감을 얻는 내용이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녹아 있다. 우선 연쇄살인범의 잔인한 범죄 행각에는 1946년 여성 2명을 잔..

찢겨진 커튼

유니버셜에서 나온 히치콕 컬렉션 화이트 디지팩에 포함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찢겨진 커튼'(Torn Curtain, 1966년)은 '찢어진 커튼'이 맞다. 우리 말에 없는, 영어의 수동태식 번역으로 잘못 붙인 제목이다. 잘못 번역한 제목 만큼이나 이 작품은 히치콕에게 재앙이었다. 히치콕은 '마니'(http://wolfpack.tistory.com/entry/마니)의 실패 이후 제작사인 유니버셜스튜디오의 주장에 따라 쟁쟁한 스타시스템을 도입해 영화를 만들었지만, 결과는 '마니'보다 더 처참한 실패였다. 내용은 미국의 유명 과학자가 망명을 가장해 동독에 숨어 들어 핵무기 방어시스템 기술을 훔치는 내용으로, 일종의 이중 스파이를 다룬 스파이 스릴러였다. 여기에는 공산주의를 싫어한 히치콕의 시각도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