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DVD 1458

이지라이더 (4K 블루레이)

미국 유명배우 데니스 호퍼가 2010년 5월 29일, 전립선암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 1936년생으로, 74세였다. 그는 사람들에게 '지옥의 묵시록' '블루벨벳'의 개성 강한 조역으로 남아 있으나, 그의 생애 최고작은 제작, 감독, 각본, 주역 등 1인 4역을 한 '이지라이더'(Easy Rider, 1969년)이다. 그는 피터 폰다와 함께 만든 반항적인 이 작품으로 칸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으며 1960년대 미국 영화계의 한 획을 그은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기수가 됐다. 이 영화는 오토바이를 타고 떠도는 두 명의 젊은이들을 통해 그때까지 부와 번영의 상징으로 탄탄한 반석을 다진 미국이 과연 건강한 국가인지 심각한 의문을 던졌다. 여전히 남성우월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시각이 팽배한 보수적인 사회분위기 속에 방랑..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4K 블루레이)

개인적으로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는 의외의 선물이었다. 조앤 롤링의 원작 소설이 별 감흥이 없어서 영화를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영화는 소설과 달리 의외로 아주 재미있었다. 글만 읽어서는 원작자의 상상력을 쫓아가기 버거웠는데 영화는 이를 눈으로 확인시켜 줬기 때문에 재미가 배가 된 듯 하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 2002년)은 다분히 키치적인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마법학교, 하늘을 나는 빗자루, 괴물 등 유럽의 어린이라면 다들 한번 쯤 그려봤을 만한 공상의 세계다. 이를 우리 관객들도 쉽게 받아들이는 것은 글로벌 시대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2편은 1편보다 더욱 사악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블루레이)

에단과 조엘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2007년)를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 섬뜩한 기억을 잊을 수 없다. 단발머리의 무표정한 얼굴의 사내가 들고 다니는 공기탱크는 역대 최강의 무기였다. 소리도 없고 불꽃도 없으면서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문짝의 열쇠 틀이 통째로 뽑혀 날아갈 만큼 무시무시한 파워를 과시했다. 이를 사람의 머리에 대고 버튼을 누르면 순식간에 죽는 줄도 모르고 쓰러진다. 어떻게 저런 무기를 생각했을까, 절로 감탄하며 봤는데 알고 보니 거대한 소를 도살할 때 쓰는 도구를 개조한 무기였다. 살인자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의 무표정한 얼굴 또한 공포 그 자체였다.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에 낮게 깔리는 목소리, 여기에 우스꽝스러운 단발머리까지 ..

007 스카이폴 (4K 블루레이)

"취미가 뭔가?" "부활이지." 악당과 007이 영화 속에서 나누는 이 대사가 이번 작품의 테마다. 샘 멘데스 감독이 007 영화 탄생 50주년을 맞아 23번째 시리즈물로 내놓은 '007 스카이폴'(Skyfall, 2012년)은 악당이 파괴한 첩보조직과 제임스 본드의 부활을 다루고 있다. 부활은 소멸을 전제로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제임스 본드를 빼고는 모든 캐릭터가 새로 태어났다.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출발을 예고하듯 007만 빼고 더 젊어지고 강건해 졌다. 오랜 세월 책상 앞에만 앉아 있던 나이 지긋한 여성 머니페니는 총질을 마다 않는 검은 피부의 섹시한 젊은 여인으로 거듭났고, 데스몬드 르웰린이 타계할 때까지 연기한 늙은 과학자 Q는 컴퓨터를 귀신같이 다루는 젊은이가 됐다. 압권은 007이..

007 퀀텀 오브 솔러스(4K 블루레이)

007 시리즈 22번째 작품인 '퀀텀 오브 솔러스'(Quantum of Solace, 2008년)는 전작인 '카지노 로얄'에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전작에서 죽은 애인 베스퍼의 복수를 위해 좌충우돌하는 007의 모험담을 다루고 있다. 그만큼 전작을 알면 이해하기 쉽겠지만, 보지 않았어도 줄거리를 따라가는데 무리는 없다. 이 작품 역시 이국적인 풍경, 아름다운 여인, 요란한 액션 등 007 특유의 상징들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전작에서 성공한 007로 자리매김한 다니엘 크레이그는 이번에도 육감적인 액션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전작 만큼의 신선한 충격은 없다. 아무래도 마크 포스터 감독이 액션보다는 드라마에 강한 측면이 있기 때문. 육상, 해상, 공중을 오가며 벌이는 추격전이 긴장감 넘치지만 스파이의 고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