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SF 25

라이프(블루레이)

다니엘 에스피노사(Daniel Espinosa) 감독의 '라이프'(Life, 2017년)는 미지의 존재가 주는 공포를 잘 다룬 공상과학(SF)물이다. 그런 점에서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에이리언'이나 존 카펜터 감독의 '괴물'과 비슷하다. 내용은 화성 탐사를 마치고 귀환하던 우주선이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한다. 하지만 미지의 존재인 외계 생명체는 갑자기 우주선 안에서 6명의 승무원을 공격하며 포식자로 돌변한다. 우주인들은 자신들의 목숨뿐 아니라 지구를 위협할 수 있는 외계 생명체를 막기 위해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선 안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인다. 광활한 우주에서 역설적으로 폐쇄공간이나 다름없는 우주선에 갇혀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 에이리언과 흡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외계 생명체의 형태가 없다는 것이다. 외계 ..

스타트렉1-극장판 디렉터스 컷

미국 NBC-TV에서 1966년부터 1968년까지 방영된 TV시리즈 '스타트렉'은 마니아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트렉키'라고 불리는 팬들은 시리즈 종영 이후에도 수시로 모임을 갖는다. 하지만 제작진들은 다르게 봤다. TV 시리즈가 끝나고 나서 방송사와 제작사 모두 실패작으로 생각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흑백 TV 시절 '우주 탐험대'라는 제목으로 방영됐으나 미국만큼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그런 작품이 다시 영화로 등장한 것은 '스타워즈' 때문이었다. 1975년 스타워즈가 나오기 전 NBC는 파라마운트와 영화 제작을 계약했으나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1977년 스타워즈가 개봉하면서 큰 인기를 끌자 영화 작업이 급물살을 탔다. 로버트 와이즈(Robert Wise)가 감독을 맡았고 윌리엄 샤트너(..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4K)

인류의 기원과 발전 그리고 미래를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 1968년) 만큼 간결하고 명확하게 그린 영화는 없다. 그는 약 2시간 30분이라는 결코 길지 않은 상영 시간 동안 인류가 어떻게 시작됐으며 우주 탐험을 향한 인류의 의지가 어떻게 귀결될지 보여줬다. 공상과학(SF) 소설가 아서 C 클라크(Arthur C. Clarke)와 함께 각본을 쓴 큐브릭은 약 3분간 이어지는 암전 속에 불안하게 음악만 흐르는 독특한 인트로로 영화를 시작한다. 이후 제작사 MGM의 로고가 나오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웅장하게 이어지는 유명한 우주 화면이 등장한다...

가타카(4K 블루레이)

앤드류 니콜 감독이 극본을 쓰고 연출한 데뷔작 '가타카'(Gattaca, 1997년)의 매력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그렸다는 점이다. 그가 이 작품에서 다룬 미래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우성과 열성 유전자에 따라 장래가 결정된다. 열성 인자를 갖고 태어나면 아무리 노력해도 꿈을 이룰 수 없다. 그저 건물 청소나 하고 허드렛일만 하며 연명할 뿐이다. 정작 사회를 이끌어 갈 중요한 일은 우성 인자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의 몫이다. 이런 사회에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런데 그런 사회에도 편법은 있다. 유전자를 사고팔고 조작해서 열성 인간을 우성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사업이다. 완벽을 꿈꾸는 사회에 이런 비즈니스는 치명적 오점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그 치명적 오점에 희망을 걸고 토성..

패신저스(4K 블루레이)

끝이 없다는 것은 공포다. 모튼 틸덤 감독의 '패신저스'(Passengers, 2016년)는 이를 잘 보여주는 영화다. 이 작품은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한 공상과학(SF)물이다. 120년간 동면상태로 우주선에 탑승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새로 정착할 별을 찾아 머나먼 우주로 떠난다. 그런데 당초 계획과 달리 동면장치 고장으로 주인공인 짐(크리스 프랫)이 90년 일찍 깨어난다. 졸지에 그는 다른 승객들과 달리 홀로 우주선에서 늙어 죽어야 할 판이다. 우주선을 조종할 수도 없고 다시 동면장치를 작동시킬 수도 없다. 그의 앞에는 끝모를 우주만 펼쳐져 있을 뿐이다. 망망대해처럼 우주는 평온하고 고요하지만 끝이 없다는 점에서 공포의 또다른 이름이다. 짐은 중간에 깨어난 또다른 여성 승객 오로라(제니퍼 로렌스)를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