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건스앤로지즈 2

더 레슬러

20년 동안 레슬링을 해 온 사람에게는 사각의 링이 천국이요 무덤이다. 오로지 할 줄 아는게 레슬링 밖에 없으니, 링 위에서는 스타이지만 링 밖에서는 대접을 받지 못해 결국 링을 벗어날 수 없다. 어디 프로레슬러 뿐이겠는가. 인생이 대부분 그러하다. 싫든 좋든 20년 동안 몸 담았던 일을 떠나서 하루 아침에 다른 일을 잘 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사람들은 모두 링 위에 서있는 레슬러다. 그런 점에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더 레슬러'(The Wrestler, 2008년)는 중년의 인생들을 위한 가슴아픈 송가이다. 내용은 왕년에 스타였으나 지금은 한 물간 전설의 프로레슬러 랜디(미키 루크)가 심장 수술을 받고도 링에 올라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죽을 것을 알면서도 그가 링에 오르는 이유는 단순히 먹고 ..

메가마인드 (블루레이)

악당이 있어야 영웅이 빛나듯, 악당 또한 영웅이 있어야 제 역할이 산다. 그래서 악당이 영웅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톰 맥그라스 감독의 애니메이션 '메가마인드'(Megamind, 2010년)는 이처럼 독특한 발상에서 출발했다. 영웅이 사라진 도시에서 무료해진 악당이 돋보이기 위해 영웅을 만든다는 이야기. 하지만 정작 초능력을 부여받은 영웅은 정의의 사도 역할을 버리고 악당보다 더 못된 짓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악당이 영웅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 유럽 출장길에 비행기에서 이 작품을 처음 보고 신선한 내용과 재미있는 캐릭터에 빠져들었다. 이 작품의 묘미는 기본적인 히어로물의 설정을 뒤집은데 있다. 악당 속에서 선함을 찾고 영웅의 권태와 타락을 다루면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기 때문. 하지만 가족 영화의 한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