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고담 3

조커(4K 블루레이)

팀 버튼이 그린 배트맨 시리즈만 놓고 보면 조커는 배트맨의 원죄 같은 숙적이다. 조커가 아니었다면 배트맨의 부모는 죽지 않았을 것이고 배트맨 또한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커의 기원은 곧 배트맨의 기원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팀 버튼의 '배트맨', '다크나이트' 등 숱한 작품들이 조커의 등장을 그렸지만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Joker, 2019년)는 결을 달리 한다. 우선 초점을 배트맨이 아닌 악당 조커에 맞췄다. 그것도 단순 사건 위주의 피상적 전개가 아니라 어떻게 조커가 등장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의 내면으로 파고드는 심리적 성찰에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배트맨과 조커의 한바탕 액션을 기대하고 보면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아예 박쥐 마스크와 검은 망토를 휘날리는 배트맨이 등장..

배트맨 비긴즈(4K 블루레이)

5번째 배트맨 시리즈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Batman Begins, 2005년)는 요즘 영화의 트렌드가 되다시피 한 프리퀄이다. 주인공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이 부모가 살해당한 뒤 힘든 시절을 보내고 배트맨이 되기 전 7년 동안 세상을 떠도는 과정과 배트맨 마스크를 처음 쓴 1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연히 영화의 분위기는 무겁다. 놀란 감독은 끝없는 고뇌 끝에 영웅이 태어나는 과정을 공포물처럼 처리해 액션에 치중한 기존 시리즈와 차별화했다. 어지러운 액션과 탱크 같은 배트카 못지않게 볼 만한 것은 화려한 조연들. 리암 니슨, 모건 프리먼, 마이클 케인, 와타나베 켄, 게리 올드만, 룻거 하우어 등 오히려 주연보다 유명한 조연들이 탄탄한 연기력으로 영화를 빈틈없이 꽉 ..

다크나이트 (4K 블루레이)

때로는 정의가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악인조차도 마음대로 해치지 못하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할 때도 망설인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 2008년)는 정의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서 출발한다. 한없이 못된 악당 조커는 절대 누구를 죽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배트맨을 끊임없는 딜레마에 빠트려 결국 영웅 행위에 대해 회의하는 지경까지 몰아붙인다. 과연 정의가 모두를 이롭게 하는가. 배트맨은 영웅이 범죄자로 둔갑할 수도 있는 세상에서 어둠의 기사가 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철학적 물음을 화려한 액션과 결합해 이 작품을 여타의 수퍼 히어로물과는 다른 의식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매트릭스'처럼 잘 포장된 액션 속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