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공포영화 '강령'(2000년)은 공포물이라기 보다 심리 스릴러물에 가깝다. 귀신을 보는 여인이 어느날 실종된 소녀의 사건에 휘말리면서 부부가 겪게 되는 공포스런 상황을 다뤘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공포물에 가깝지만, 귀신이나 괴물이 아닌 사람의 심리상태를 통해 공포감을 유발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렇다보니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기괴한 형체나 소리보다는 매 순간 벌어지는 긴장 상황이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 그만큼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작품.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괴담의 내용을 벗어나지 못하고 영상 또한 다른 작품들에서 본 듯한 기시감을 불러 일으키는 점이 한계다. 특히 계단을 올라오는 형체의 모습은 영락없이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링'을 연상케 한다.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