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구로사와 기요시 2

강령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공포영화 '강령'(2000년)은 공포물이라기 보다 심리 스릴러물에 가깝다. 귀신을 보는 여인이 어느날 실종된 소녀의 사건에 휘말리면서 부부가 겪게 되는 공포스런 상황을 다뤘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공포물에 가깝지만, 귀신이나 괴물이 아닌 사람의 심리상태를 통해 공포감을 유발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렇다보니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기괴한 형체나 소리보다는 매 순간 벌어지는 긴장 상황이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 그만큼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작품.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괴담의 내용을 벗어나지 못하고 영상 또한 다른 작품들에서 본 듯한 기시감을 불러 일으키는 점이 한계다. 특히 계단을 올라오는 형체의 모습은 영락없이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링'을 연상케 한다. 실..

큐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사람들에게 내재된 공포와 불안감을 잘 표출하기로 유명하다. 그의 명성을 드높여준 '큐어'(1997년)도 마찬가지. 흔히 공포물로 분류되는 이 영화는 공포보다는 스릴러에 가깝다. 내용은 X자의 커다란 흉터가 남아 있는 시체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연쇄 살인의 배후를 캐는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는 특이하게 귀신이나 괴물이 아닌 평소 사람들이 드러내지 않는 복심, 즉 속마음으로 공포를 유발한다. 사람들은 최면술이 걸린 상태에서 은연 중 자신의 속마음에 따른 행동을 벌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사람들이 저마다 품고 있는 속내가 결국은 공포의 원천이 된다. 기요시 감독은 이를 영상으로 잘 표현했다. 특이한 것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 생각과 현실을 교차 편집해 보여주면서 등장인물들의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