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권해효 7

강변호텔(블루레이), 홍상수 김민희 이야기를 보다

'강변 호텔'(2018년)은 홍상수 감독의 23번째 장편 영화다. 그의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 이렇다 할 사건 없이 이상한 대화로 흘러가는 심드렁한 내용이지만 제71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제56회 히혼 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과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해외에서 여러 상을 받았다. 다만 이번 작품이 약간 다른 것은 남녀 간의 강박적 사랑에 목을 맸던 예전 작품들과 달리 한 사람의 죽음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죽음에 이르는 여정 같은 작품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홍 감독의 특징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일반적인 작품이라면 병에 걸리거나 자살로 내몰릴만한 우울한 일들을 겪는 등 인물을 둘러싼 죽음의 징후가 보일 텐데, 이 작품 속 주인공은 그야말로 멀쩡하게 있다가 느닷없이 죽음을 맞는다. 그..

그 후(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그 후'(2017년)는 마치 감독과 김민희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내용은 출판사 사장과 여직원의 불륜 관계를 다뤘다. 아내와 딸이 있는 출판사 사장 봉완(권해효)은 여직원 창숙(김새벽)과 사랑에 빠진다.두 사람은 봉완의 아내 몰래 밀회를 즐기지만 창숙이 관계에 부담을 느껴 출판사를 그만두면서 끝난다. 그의 빈자리를 새로 뽑은 여직원 아름(김민희)이 메운다.하지만 아름은 출근 첫날 사장의 아내와 맞닥뜨리며 봉변을 당한다. 아름을 사장의 내연녀로 오해한 사장의 아내는 아름의 머리채를 부여잡고 폭력을 행사한 것.봉완은 아내를 만나 오해라고 항변했지만 아내는 믿지 않는다. 그런데 출판사를 떠났던 창숙이 봉완을 잊지 못해 돌아오면서 관계가 꼬이기 시작한다.홍 감독은 한마디로 ..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18번째 장편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2016년)은 말에 대한 영화다. 사람들 사이에 퍼진 소문과 잘못 전달된 말, 거짓말과 진실 등이 뒤섞이며 빚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애인(이유영)이 금주 약속을 어기고 다른 사람들과 술을 마신다는 소문을 들은 주인공(김주혁)은 애인과 다툰뒤 그만 헤어지고 만다. 주인공은 아쉬운 마음에 애인을 찾아가지만 찾을수가 없다. 그 사이 주변 사람들은 주인공의 애인을 여기저기서 만난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알아보지만 정작 애인은 그들을 알아보지 못한다. 아니, 쌍둥이여서 그런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해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그 사이 여인은 여러 남자들을 만난다. 나중에는 주인공도 애인이 아니라고 우기는 애인과 똑같이 생긴 여인을 만난다. 영화는 ..

밤의 해변에서 혼자(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6년)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기도 한 여배우 김민희와 감독의 스캔들 때문에 더 관심을 끌었다. 김민희가 연기한 주인공 영희는 공교롭게 현실처럼 유부남인 감독과 불륜의 사랑을 나누는 사이다. 그렇다보니 영화 내용과 현실이 겹치면서 더 주목을 받았다. 이를 의식하고 만들었는 지 모르겠지만 극 중 여주인공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겠다는 다짐이 마치 힘든 현실에 대한 인정과 수용을 내포하는 듯해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점 때문에 이 작품이 욕을 먹기도 하지만 스캔들과 작품을 굳이 연결시켜 보지 않으면 작품 속 여주인공의 힘든 사랑이 올곧게 부각된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스캔들 때문에 유럽으로 떠난 여주인공이 자신을 추스르는 내용이고 ..

쎄시봉

서울 명동에 있었던 통기타 살롱 쉘부르, 무교동에 자리 잡았던 음악감상실 쎄시봉은 1960년대말, 70년대를 풍미했던 통기타 문화의 상징이다. 이런 곳들을 통해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김세환 양희은 이태원 박은희 남궁옥분 이문세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당연히 지금도 쉘부르, 쎄시봉 하면 이들의 얼굴과 함께 유명했던 노래들이 떠오른다. 그만큼 쎄시봉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면 1960, 70년대 젊은이들의 문화를 대표하는 노래들과 가수들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김현석 감독의 영화 '쎄시봉'은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쉘부르와 쎄시봉으로 대표되는 시대의 노래들과 가수들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들을 소품처럼 차용해 남녀의 흘러간 사랑 이야기를 신파극처럼 써..

영화 2015.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