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권형진 2

트럭

시체를 가득 실은 트럭에 올라탄 연쇄살인마.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체를 실어나르는 트럭 운전사와 살기 위해 도망치는 연쇄살인마의 위험한 동행이라는 설정은 '트럭'(2007년)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요소다. 하지만 이게 전부다. 범상치 않은 설정과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 반쪽이 보이는 표지에 반해 작품을 선택했다면 후회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성긴 설정이다. 누구나 그럴 법 하다며 고개를 끄덕일 만한 정교하고 치밀한 구성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우연과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반복적으로 되풀이 될 뿐이다. 이는 지나치게 설명을 생략하고 작위적인 내용으로 채운 권형진 감독의 연출을 탓할 수 밖에 없다. 느닷없는 룸살롱의 살인극이나 시체더미에 실린 여자가 죽지 않은 이유, 아이의 ..

호로비츠를 위하여

천재 피아니스트 소년을 위해 헌신하는 여성 교사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다룬 권형진 감독의 '호로비츠를 위하여'(2006년)는 외화 '어거스트 러쉬'와 비슷하다. 그러나 작품의 완성도는 이 작품이 훨씬 낫다. 과장되지 않고 담백한 이야기와 훌륭한 음악은 억지 춘향 식의 천재를 만들어낸 '어거스트 러쉬'보다 현실적이어서 절로 공감이 간다. 엄정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을 폄하하는 경우가 있는데, '싱글즈'와 '오로라 공주'에 이어 이 작품은 그가 연기를 잘한 작품으로 꼽을 만 하다. 또 박용우의 감초 연기도 괜찮았고, 실제 천재 피아니스트인 신의재의 훌륭한 피아노 솜씨가 돋보였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화질은 여러모로 안타깝다. 윤곽선이 두텁고 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