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기타노 다케시 12

소나티네(블루레이)

비트 다케시라는 예명의 코미디언으로 활동했던 기타노 다케시(北野武)는 배우 겸 감독이 되고나서 다양한 색깔의 영화를 만들었다. '모두 하고 있습니까'처럼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작품이 있고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기쿠지로의 여름' '키즈 리턴'처럼 서정적인 작품도 있다. 반면 '브라더' '아웃레이지' 등은 피로 점철된 과격하고 어두운 작품이다. 그 중에서 '소나티네'(ソナチネ 1993년)는 '그 남자 흉포하다' '3-4x10월'과 함께 흉포한 남자 3부작으로 꼽힌다. 기타노 다케시가 감독을 하고 각본 및 편집, 주연까지 맡은 이 작품은 야쿠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야쿠자 중간 보스인 무라카와(기타노 다케시)는 조직 내부의 분쟁에 휘말려 잠시 오키나와의 바닷가로 피신한다. 부하들과 천진난만했던 어린..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4K 블루레이)

루퍼트 샌더스 감독의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Ghost in the Shell, 2017년)은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유명한 저패니메이션을 실사로 만든 영화다.그러나 의도만 좋았을 뿐 결과는 실망스럽다. 내용은 공안 9과의 리더인 소령이 전자두뇌를 해킹한 범죄자들을 추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소령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를 찾게 되고 이를 통해 뜻밖의 비밀을 알게 된다.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공각기동대의 팬이라고 하는데, 원작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원작 만화에서 냉철한 판단과 컴퓨터 같은 분석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인 공안 9과의 소령이 영화에서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 방황하는 사춘기 소녀 같은 캐릭터로 나온다. 그렇다 보니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하나비 (블루레이)

기타노 다케시의 초창기 영화들, '소나티네' '하나비' '그 남자 흉폭하다' 등을 보면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다. 전통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징은 서양 애니메이션, 특히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달리 정적인 이미지의 연결이라는 점이다. 즉 프레임 내 다양한 움직임의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마치 정지 사진을 보는 듯한 프레임들이 점프 컷으로 이어진다. 마치 만화책을 옮겨 놓은 듯한 구성이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초창기 폭력영화들도 이런 느낌을 자아낸다. 잔잔하게 흘러가던 이야기 중간에 느닷없이 돌출 화면처럼 급작스럽게 폭력 장면이 이어진다. 빤히 상대를 쳐다보다가 느닷없이 총을 뽑아 쏘거나 상대를 공격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나름 시각적 충격을 줄 수 있는 연출과 편집이기도 하다...

전장의 크리스마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전장의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Mr. Lawrence, 1983년)는 군대 내 동성애자 색출 발언, 대선 후보들의 동성애 찬반 논란 등으로 시끄러운 요즘 분위기와 잘 맞는 영화다. 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점령한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연합군 포로수용소를 무대로 한 이 작품은 일본군과 영국군 사이에 미묘한 동성애 분위기를 다뤘다. 영화 속 내용들은 원작 소설인 '씨와 씨 뿌리는 자'를 쓴 로렌스 판 데르 포스트의 경험에 기초하고 있다. 네델란드군이었던 포스트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자바 섬에서 일본군에 대항할 게릴라 부대를 만들던 도중 일본군에게 사로잡혔다. 죽음의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그는 1926년에 배운 일본어로 살려달라고 외쳤고 일본어를 하는 서양 군인..

키즈 리턴 (블루레이)

일본의 유명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기타노 다케시의 작품을 언급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작품이 '키즈 리턴'(1996년)이다. 그만큼 이 작품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색이 없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고교 시절 단짝 친구인 두 청춘이 진로를 놓고 갈등과 고민을 하다가 서로 엇갈리는 내용이다. 이 과정을 기타노 다케시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로 풀어 낸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유머는 사회의 부조리와 문제점을 비웃듯 꼬집기 때문에 섬뜩하다. 두 친구는 권투를 배운 사람에게 두들겨 맞은 뒤 권투를 시작하지만 결코 쉽지 않는 훈련 과정 때문에 하나는 야쿠자가 되고 하나는 선수가 된다. 그 과정에서도 숱한 유혹이 도사린다. 늘 미완성인 미생의 삶을 사는 아이들로서는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그 선택이 그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