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길버트 테일러 2

혐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혐오'(Repulsion, 1965년)는 카트린느 드뇌브가 이런 영화를 찍었나 싶을 만큼 그의 이미지를 바꿔놓은 작품이다. '쉘부르의 우산'에서 청순 가련한 여인의 모습을 보여준 그가 이 작품에서는 선병질적인 우울과 신경증에 시달리다가 자기 파멸로 치닫는 공포의 여인을 연기한다. '쉘부르의 우산'에서 매력 포인트였던 하얀 피부와 금발머리는 이 작품에서는 보호본능을 불러 일으키는 나약한 이미지와 비정상적인 파괴의 본능을 내재한 몬스터의 느낌을 전달한다. 그를 이렇게 바꿔놓은 것은 전적으로 폴란스키 감독의 그로테스트한 연출과 영상 구성 덕분이다. 작품의 내용은 제목처럼 병적으로 남성과 접촉을 꺼리는 여성의 이야기다. 애인과 키스를 하고 나서도 입술을 물로 씻어내고, 남자의 런닝 셔츠나..

하드 데이즈 나이트

리차드 레스터 감독의 '하드 데이즈 나이트'(A Hard Day's Night, 1964년)는 대중음악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밴드인 비틀즈의 풋풋했던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1964년에 흑백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비틀즈의 실제 모습과 가상의 이야기가 적당히 섞인 영화다. 엄청난 팬덤을 일으킨 멤버들이 몰려드는 팬들을 피해 달아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이들이 방송 출연을 앞두고 벌이는 에피소드들을 다뤘다. 기자들과 인터뷰하며 말장난 하는 모습, 거리를 거닐며 벌이는 소동 등이 마치 악동들의 장난을 연상케 한다. 이야기가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틀즈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고, 'And I Love Her' 등 동명 타이틀 앨범에 수록된 주옥같은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 특히 이들이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