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동욱 4

후궁 제왕의 첩(블루레이)

김대승 감독의 '후궁 제왕의 첩'(2012년)은 내용보다 야한 장면으로 주목을 받았다. 조여정이 연기한 후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종 정사 장면이 제법 수위가 높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어떤 청년과 사랑에 빠진 여인이 후궁으로 들어가면서 생이별한 뒤 내시가 된 헤어진 연인을 만나 겪게되는 이야기다. 여기에 사랑과 질투에 눈이 먼 절대 권력자인 왕과 그 뒤에서 배후 실세로 권력을 휘두르려는 대비 등이 얽히면서 치정극과 피비린내나는 복수극이 함께 얽혀 돌아간다. 그런데 영화의 기본 맥락은 1968년에 신상옥 감독이 만든 '내시'와 많이 비슷하다. 당시 최고의 인기배우였던 신성일과 윤정희, 남궁원, 박노식, 허장강 등이 출연했던 이 영화는 명종과 뒤에서 수렴청정한 대비를 둘러싼 음모를 다룬 사극이다. 내..

쓰리 썸머 나잇

김상진 감독의 '주유소 습격사건'을 아주 재미있게 봐서 그가 새로 만든 '쓰리 썸머 나잇'도 기대를 했다. 그런데 너무 실망스러웠다. 억지 설정과 1970년대식 슬랩스틱 코미디로 일관하는 이야기는 자연스런 웃음을 끌어내지 못한다. 내용은 세 친구가 느닷없이 부산으로 내려가 마약밀매조직과 얽히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무엇보다 우연의 반복이라는 짜맞추시긱 설정부터가 이야기의 전개를 억지스럽게 만든다. 세 청년과 마약밀매조직 두목 악당의 인연, 여기 끼어든 여인의 과거사 등이 매끄럽지 못하다. 세상에 그런 인연이 없으리란 법은 없겠지만 왜 하필 그런 인간들만 해운대 모래사장에 모여들었는 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억지 구성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그렇다 보니 곳곳에서 이야기의 얼개가 삐걱거리고 심지어..

영화 2015.07.18

국가대표 (블루레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것을 본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이다. 예전 같으면 동계 올림픽 종목은 사람들의 관심권 밖이었을텐데, 김연아 모태범 이상화 등 잘 싸운 선수들 덕분에 빙상 종목들이 주목을 받았다. 스키점프도 마찬가지. 제대로 된 점프대 하나 없는 곳에서 피눈물나는 연습으로 메달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있기에 이 종목도 관심을 끌었다.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2009년)는 이 같은 스키점프 선수들의 애환을 담은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핸드볼 선수들의 올림픽 메달 도전기를 다룬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눈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자메이카에서 봅슬레이에 출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존 터틀터웁 감독의 '쿨러닝'과 궤를 같이 한다. 남들..

국가대표

'국가대표'를 만든 김용화 감독은 '미녀는 괴로워' '오 브라더스' 등 상업적으로 꽤 재미있는 영화들을 줄줄이 내놓은 인물이다. 특히 그는 소소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웃음에 강하며, 그 속에 적절하게 휴머니티를 녹여낼 줄 안다. 웃음과 감동. 상업 영화의 흥행 코드 두 가지를 제대로 다룰 줄 안다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국가대표'도 마찬가지. 그는 각양 각색의 인물들을 통해 스키 점프라는 생소한 동계 스포츠에 얽힌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실제 스키 점프 국가대표팀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었다는 이 작품은 무엇보다 인물들이 잘 살아 있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두 개성이 뚜렷해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캐릭터들이 서로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향해 완벽한 융합을 보여준다. 그만큼 감독이 직접 쓴 각본이 ..

영화 2009.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