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민희 11

강변호텔(블루레이), 홍상수 김민희 이야기를 보다

'강변 호텔'(2018년)은 홍상수 감독의 23번째 장편 영화다. 그의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 이렇다 할 사건 없이 이상한 대화로 흘러가는 심드렁한 내용이지만 제71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제56회 히혼 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과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해외에서 여러 상을 받았다. 다만 이번 작품이 약간 다른 것은 남녀 간의 강박적 사랑에 목을 맸던 예전 작품들과 달리 한 사람의 죽음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죽음에 이르는 여정 같은 작품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홍 감독의 특징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일반적인 작품이라면 병에 걸리거나 자살로 내몰릴만한 우울한 일들을 겪는 등 인물을 둘러싼 죽음의 징후가 보일 텐데, 이 작품 속 주인공은 그야말로 멀쩡하게 있다가 느닷없이 죽음을 맞는다. 그..

풀잎들 (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22번째 영화 '풀잎들'(2018년)은 사랑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등장인물들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과연 사랑이란 무엇이고, 사랑의 결과처럼 나타나는 결혼에 대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이 과정을 영화는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화자인 여주인공(김민희)이 같은 공간을 중심으로 관찰하는 여러 사람들의 일화를 통해 사랑과 결혼에 대한 각자의 시각을 드러낸다. 재미있는 것은 김민희와 이들의 관계다. 김민희가 직접 인연이 얽히는 주변 인물은 동생 커플뿐이다. 나머지는 모르는 사람들이어서 김민희는 그저 관찰자의 위치에 머문다. 아마도 홍 감독은 이를 통해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의견들을 객관화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직접적인 인연이 얽히는 사람들은 중립적 입장을 갖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클레어의 카메라 (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클레어의 카메라'(2016년)는 홍 감독이 2016년 칸영화제에 참석했을 때 현지에서 촬영한 영화다.내용은 영화제에 참석한 영화 마케팅 회사 대표와 직원, 영화감독 사이에 벌어지는 삼각관계를 다뤘다. 여전히 홍 감독과 주로 영화를 찍는 김민희가 영화감독과 하룻밤을 보낸 직원 역할을 맡았고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장미희가 여직원을 질투하는 마케팅 회사 대표 역할을 맡았다.마케팅 회사 대표와 내연 관계이면서 여직원과 하룻밤을 보낸 영화감독 역할은 정진영이 연기했다. 줄거리는 홍 감독과 직접 연관이 없는 내용이지만 김민희와 스캔들이 불거진 뒤로는 왠지 작품들이 그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마치 일기장을 들여다보듯 어딘가에 그와 김민희의 얘기가 투영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점이 재미있으..

그 후(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그 후'(2017년)는 마치 감독과 김민희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내용은 출판사 사장과 여직원의 불륜 관계를 다뤘다. 아내와 딸이 있는 출판사 사장 봉완(권해효)은 여직원 창숙(김새벽)과 사랑에 빠진다.두 사람은 봉완의 아내 몰래 밀회를 즐기지만 창숙이 관계에 부담을 느껴 출판사를 그만두면서 끝난다. 그의 빈자리를 새로 뽑은 여직원 아름(김민희)이 메운다.하지만 아름은 출근 첫날 사장의 아내와 맞닥뜨리며 봉변을 당한다. 아름을 사장의 내연녀로 오해한 사장의 아내는 아름의 머리채를 부여잡고 폭력을 행사한 것.봉완은 아내를 만나 오해라고 항변했지만 아내는 믿지 않는다. 그런데 출판사를 떠났던 창숙이 봉완을 잊지 못해 돌아오면서 관계가 꼬이기 시작한다.홍 감독은 한마디로 ..

아가씨 (블루레이)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년)는 그의 작품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영화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에서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을 선보였던 그는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독특한 소재를 다뤘다. 박 감독은 자신의 작품중에서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소개했지만 그의 작품을 많이 보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충격적이고 변태적이며 가학적이다. 흔치 않은 외설적 취미를 가진 조선인과 이를 이용한 사기꾼 무리들의 변태적 행각, 이 과정에 드러나는 여배우들의 적나라한 동성애 장면, 서슴치 않고 손가락을 깍두기 썰 듯 잘라버리는 폭력 장면 등은 여전히 '올드보이'의 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만큼 경우에 따라 보는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의 작품 중 진정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