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상중 6

두사부일체(블루레이)

윤제균 감독의 코미디는 거침이 없다. 재미있어서 흥행이 될 만한 소재는 욕설이든, 주먹질이든, 질펀한 농담이든 가릴 것 없이 가져다 붙인다. 무턱대고 붙이면 난잡할텐데 있어야 할 위치를 윤 감독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그의 코미디는 거칠면서도 재미가 있다. '낭만자객'을 제외한 '두사부일체'(2001년)와 '색즉시공'은 아예 작정하고 웃기는 코미디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윤 감독의 데뷔작인 '두사부일체'는 사학비리에 조폭 코미디를 접목한 작품이다. 자료 조사를 통해 부조리한 교육현장의 비리를 적나라하게 꼬집은 부분은 나름대로 감독의 메시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만화 '차카게 살자'를 표절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지만 확실하게 웃음 전달에 성공했다. 덕분에 개봉 당시 평단의 예측을 깨고 ..

우리 선희 (블루레이)

한 여자를 아는 세 남자가 있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한 여자와 친구 이상의 각별한 감정을 느낀다. 그들에게 여자는 각각의 상대이지만, 세 남자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가 아는 '우리의 여자'다. 홍상수 감독은 이 미묘한 차이를 1시간 28분의 시간 안에 재미나게 풀어냈다. '우리 선희'(2013년)는 언제나 그렇듯 홍 감독만의 시각이 돋보이는 독특한 영화다. 모두의 연인이면서 각자의 연인인 선희가 보여주는 입장차를 각각의 남자들이 펼쳐내는 논리 속에 잘 살려냈다. 특히 상대의 따라 바뀌는 남자들의 논리는 진실을 가장한 위선처럼 보이기도 하고, 지식인 연하는 먹물들의 허장성세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과정을 허망한 웃음과 황당한 상황으로 잘 다듬어낸 작품이다. 굳이 다듬었다는 표현 자체가 무색할 ..

북촌방향

이 영화, 참 기이하다. 어디서나 봄직한 일상의 소소함 속에 생각할 거리를 던졌던 게 그동안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라면 그의 12번째 영화인 '북촌방향'(2011년)은 전작들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조각그림처럼 흩어진 평이한 삶의 단면들이 같은 점이라면, 뒤틀린 시공간은 다른 점이다. 영화 속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을 가늠하기 힘들다. 선배(김상중)를 만나기 위해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온 영화감독(유준상)이 북촌이라는 동네에서 뜻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 부대끼는 내용은 언뜻보면 하루 동안 이야기 같으면서 며칠 사이 벌어진 일 같기도 하다. 그만큼 영화 속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시간의 배열도 혼란스러워 인과관계도 분명치 않다. 즉, 귀퉁이가 닳아서 두루뭉실한 퍼즐 조각처럼 어떤 ..

아버지와 마리와 나

이무영 감독의 '아버지와 마리와 나'(2008년)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마리와 나'는 마리화나를 연상케 한다. 실제로 우리는 마리화나로 표기하지만 미국에서는 마리와나로 발음한다. 이 감독은 이 같은 중의적 표현을 일부러 노렸다. 극중 건성(김흥수)의 아버지 태수(김상중)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교도소를 다녀온 록가수다. 배경과 제목이 말해주듯 건성의 집안사는 결코 순탄치 않다. CJ엔터테인먼트의 HD 장편영화 프로젝트 사업으로 추진된 이 작품은 이 감독이 70년대 유명 포크가수 한대수의 음악관에 영향을 받아 만들었다. 과거 포크 음악이 히피 문화로 대표되는 플라워 무브먼트의 한 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목과 구성은 단순 과거로의 회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각종 에피소드 속에 슬쩍 묻어나는 대마초..

투사부일체

차라리 이런 식의 속편이라면 만들지 않는게 낫다. 김동원 감독의 데뷔작인 '투사부일체'(2006년)는 전편에서 대사와 인물만 갈아끼운 억지 코미디다. 대사를 비롯해 상황, 설정이 전편과 너무나 흡사하다. 학생으로 돌아가 학교 불량배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대두목, 학교 여선생과 정웅인의 로맨스, 생활고 때문에 엇나가는 여고생, 학교 재단의 전횡이 빚어지는 사립고, 룸살롱 씬 등 대부분이 전편의 판박이다. 전편은 터지는 폭소와 더불어 추락한 교권과 사립고의 문제점을 지적한 메시지가 확실했는데 이번 작품은 온통 억지웃음 뿐이다. 우선 교생이 된 계두식의 반에 보스가 학생으로 배속된 점부터 시작해 고교생들 때문에 싸우던 깡패들이 인사하고 물러가는 설정까지 자연스런 것이 거의 없다. 그저 얄팍한 인터넷 유머와 슬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