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승우 2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싱글즈' 개봉 무렵 배우 장진영을 만났다. 엄정화와 함께 인터뷰를 했는데, 차분하면서도 강단있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그런지, 김해곤 감독의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2006년)에서 보여준 장진영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장진영에 대한 기억과 겹쳐 그가 가장 빛을 발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장진영은 이 작품에서 애인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술집 여자로 나와 적당한 독기와 열정으로 불꽃처럼 타올랐다. '국화꽃 향기' '싱글즈' 등에서도 열심히 연기했지만 이 작품 만큼 빛을 발하지는 못한 것 같다. 장진영은 이 작품이 흥행에 참패한 뒤 출연을 후회했다고 한다. 험한 욕설을 내뱉으며 처절하게 망가진 모습이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본인은 아쉬운 부분이었겠지만..

해변의 여인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황당하면서도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기-승-전-결의 체계를 갖추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일반적인 드라마투르기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갑자기 시작해서 느닷없이 끝난다. 어느 시점을 사건의 시작 또는 절정, 끝이라고 집어내기 힘들다. 그냥 사람들의 하루를 툭 잘라내서 필름에 집어넣은 것처럼 심상한 삶을 보여준다. 이를 혹자는 '일상의 힘'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심드렁한 일상을 영상으로 붙잡을 수 있는 홍 감독의 특기라고 본다. 그의 일곱번 째 작품 '해변의 여인'(2006년)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작품 구상을 위해 서해안으로 떠난 감독이 그곳에서 어느 여인과 겪게되는 일상을 담고 있다. 그 속에서 굳이 의미를 찾자면 덧없는 욕망과 자신에 탐닉하는 이기적인 삶이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