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윤진 3

국제시장

입소문이란 무서운 게다.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은 별로 볼 생각이 없었는데, 좋든 나쁘든 입소문이 돌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11번째 우리 영화가 됐다니 도대체 어떤 영화인 지 궁금했다. 아버지 세대의 추억을 그린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 세대 입장에서도 영화의 상당 부분은 공유할 만한 이야기꺼리가 많았다. 저녁 6시면 울려 퍼지는 애국가 소리에 길가던 사람이 얼어붙은 듯 제자리에 못밖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던 기억이나 온 식구가 눈물 콧물 쏟으며 TV 앞에 못박혀 이산가족 찾기 중계를 봤던 기억들은 지금도 생생하다. 가끔 말썽을 부릴 때면 부모님이나 할머니는 우리를 불러앉혀 놓고 6.25 때 1.4 후퇴 이야기를 들려주고, 피난 시절 배 곯았던 이야기와 죽을 뻔 했던..

영화 2015.01.15

이웃사람

배우나 감독보다 원작자의 영향이 더 큰 사람이 만화가 강풀이다. 그의 작품이 워낙 웹툰으로 유명하기 때문. 김휘 감독의 '이웃사람'도 마찬가지. 웹툰으로 널리 알려진 이 작품은 어느 마을의 여중생이 살해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묻지마 살인과 연쇄살인의 코드가 적절히 섞이면서 여기에 이웃들의 무관심이라는 메시지가 덤으로 얹혔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큼 흥미진진한 소재가 듬뿍 얹힌 이야기는 궁금증을 유발하며 눈길을 붙잡는다. 기본적인 줄거리 외에 인물들도 개개의 사연을 지닌채 살아 있다. 왜 누구는 이웃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누구는 애써 외면하는 지 스토리를 통해 사연들이 풀려 나오면서 영화는 때로는 공포물, 때로는 스릴러의 장르를 오간다. 배우들도 연기도 좋았다. 악..

영화 2012.08.26

세븐 데이즈

원신연 감독의 '세븐데이즈'는 꽤 잘 만든 스릴러다. 유괴 사건 속에 살인 사건을 집어넣는 복잡한 방식의 액자식 구성을 선택했는데도 두 가지 사건이 얽히지 않고 하나의 줄기를 향해 일관되게 흘러간다. 그만큼 이야기 구조가 탄탄하고 연출과 편집이 긴장감 넘친다. 원 감독의 타이트한 연출도 돋보였지만 기본이 되는 시나리오가 우수하다. 원래 이 작품의 시나리오는 윤제구 감독 작품이다. 윤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 뒤 지난해 김선아를 주연배우로 기용해 '목요일의 아이'라는 제목으로 직접 연출까지 맡았다. 그러나 감독과 주연배우가 불화를 빚으면서 제작이 중단됐고 급기야 제작사는 김선아와 소송까지 벌였다. 바톤을 이어받은 원 감독은 원래 스턴트맨 출신. '피아노맨' 무술감독, '넘버3'의 무술담당, '여고괴담' 등에서..

영화 2007.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