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태리 3

문영: 블루레이

김소연 감독의 '문영'(2015년)은 결손가정에서 자라는 여고생이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어머니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날마다 술에 취해 거친 언사를 내뱉는 아버지와 살아가는 여고생 문영의 삶은 하루하루가 고단하고 피곤한 나날이다. 그의 유일한 소일거리는 캠코더로 지나가는 사람을 찍는 것. 하루 종일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쏘다니다가 우연히 다투는 남녀를 촬영하면서 뜻하지 않게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 연상의 여인과 문영의 묘한 우정이 시작된다. 영화는 캠코더 소녀 문영이 왜 하루 종일 촬영에 몰두하는지를 밝히는 수수께끼와 연상의 여인이 안고 있는 비밀을 두 축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영화는 흥미로워 보이는 소재를 힘 있게 풀어내지 못했다. 문영의 내부에 고여있는 아픔과 상처도 깊이 있게 다루..

아가씨 (블루레이)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년)는 그의 작품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영화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에서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을 선보였던 그는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독특한 소재를 다뤘다. 박 감독은 자신의 작품중에서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소개했지만 그의 작품을 많이 보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충격적이고 변태적이며 가학적이다. 흔치 않은 외설적 취미를 가진 조선인과 이를 이용한 사기꾼 무리들의 변태적 행각, 이 과정에 드러나는 여배우들의 적나라한 동성애 장면, 서슴치 않고 손가락을 깍두기 썰 듯 잘라버리는 폭력 장면 등은 여전히 '올드보이'의 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만큼 경우에 따라 보는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의 작품 중 진정 대..

아가씨

박찬욱 감독의 10번째 영화인 '아가씨'는 그의 이전 작품들과 다르면서 같은 영화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복수는 나의 것' 같은 복수 3부작에 비하면 잔혹하지 않으면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라는 점이 다르다. 여기에 기존 작품에서는 볼 수 없던 여인네들의 진한 사랑이 펼쳐진다. 영국의 새러 워터스가 쓴 소설 '핑거 스미스'를 각색한 이 작품은 엄청나게 잘 사는 친일파의 집에 하녀로 들어간 여인과 친일파의 처조카딸, 이를 둘러싼 남자들의 음모와 배신이 또아리를 틀고 돌아가는 얘기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만 이야기가 결코 복잡하지 않아 흥미진진하게 따라갈 수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야기가 업치락 뒤치락하지만 양자 대결의 분명한 선악구도로 나뉘어 헷갈릴 일이 없다. 감독이 ..

영화 2016.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