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태용 3

만추 (블루레이)

김태용 감독의 '만추'(2010년)는 탕웨이를 위한, 탕웨이의 의한, 탕웨이의 영화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탕웨이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물론 주연남녀배우가 나눠진 작품의 무게는 똑같지만 영화 속에서 가장 빛난 존재는 단연 탕웨이다. 특히 있는 듯 없는 듯 미묘하게 변하는 탕웨이의 표정 연기는 일품이다. 오죽하면 김 감독이 "탕웨이는 미세한 얼굴 근육을 모두 쓰는 배우"라고 평했다. 김 감독은 "요즘 우리 배우들은 분장이나 튜닝 때문에 얼굴의 미세근육이 사라져 표정연기가 아쉬운데, 탕웨이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이 거듭 탕웨이의 연기를 칭찬한 것은 이 영화는 대사보다 분위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용은 1966년 이만희 감독의 동명원작과 동일하다. 여죄수가 어머니의 죽음으로 교도소에서 사흘간 ..

온 더 로드, 투

'온 더 로드, 투'는 윤도현 밴드의 유럽투어를 담은 뮤직 다큐멘터리다. 단순히 공연 실황만 수록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3월22일부터 4월17일까지 영국 런던, 네델란드 헬몬트,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베를린, 이탈리아 밀라노 등 4개국 7개 도시를 순회한 윤도현 밴드의 유럽 투어 여정이 2장의 디스크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감독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공동감독한 김태용. 그는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투어 버스에서 생활하는 윤도현 밴드와 함께 지내며 고생담을 담백하게 담았다. 특별한 연출없이 솔직한 모습을 담은 것은 좋았으나, 국내 밴드의 유럽투어가 흔한 일이 아닌 만큼 구성작가를 동원해 해설을 곁들였더라면 여러 사람에게 좀 더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2005년 4월 ..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김태용, 민규동 두 감독이 공동연출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1999년)는 공포물이 아니다. 흥행을 의식해 '여고괴담' 속편 형태로 제목을 붙였지만 내용은 여고생들의 교환일기와 동성애 등을 다룬 성장영화에 가깝다. 차라리 공포물보다 금기시된 여고생들의 사랑 이야기를 강조했다면 오히려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두 감독도 이를 의도한 듯 정작 공포물에 가까운 영상들을 대부분 배제해 어중간한 작품이 됐다. 여기에 상영시간의 압박 때문에 상당 부분을 편집에서 드러내다 보니 제대로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는다. 그 바람에 이 작품은 소수의 마니아들만 좋아하는 작품이 돼버렸다. 비록 공포물로서는 실패했지만 지금까지 기존 영화에서 다루지 않은 여고생들의 문화와 사랑을 솔직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