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김하늘 3

쎄시봉

서울 명동에 있었던 통기타 살롱 쉘부르, 무교동에 자리 잡았던 음악감상실 쎄시봉은 1960년대말, 70년대를 풍미했던 통기타 문화의 상징이다. 이런 곳들을 통해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김세환 양희은 이태원 박은희 남궁옥분 이문세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당연히 지금도 쉘부르, 쎄시봉 하면 이들의 얼굴과 함께 유명했던 노래들이 떠오른다. 그만큼 쎄시봉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면 1960, 70년대 젊은이들의 문화를 대표하는 노래들과 가수들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김현석 감독의 영화 '쎄시봉'은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쉘부르와 쎄시봉으로 대표되는 시대의 노래들과 가수들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들을 소품처럼 차용해 남녀의 흘러간 사랑 이야기를 신파극처럼 써..

영화 2015.02.07

블라인드

안상훈 감독의 영화 '블라인드'는 시각장애인이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된다는 아이러니에서 출발한다. 세상을 보지 못하는 장애인이 어떻게 목격자가 될 수 있을까. 보는 것이 세상을 알 수 있는 방법의 전부는 아니다. 영화는 볼 수 없어도 듣고 냄새맡고 만져서 세상을 재구성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영화의 아이러니는 사람들에게 궁금증과 더불어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주인공이 보지 못하는 답답함을 이글거리는 독특한 영상으로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이 같은 영상 기법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 할리우드 영화 '데어데블'에서 이미 구사한 방법이지만 이를 차용해 나름 소기의 효과를 거뒀다. 바늘 끝처럼 날카로운 긴장감이 영화를 끌어가는 주된 힘이지만 이면에는 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꼬집는 메시지가 들어 있다. ..

영화 2011.08.19

7급 공무원

신태라 감독의 '7급 공무원'은 제목 그대로 7급짜리 영화다. 영화에 등급을 부여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가장 낮은 등급을 7급으로 책정했을 때 이야기다. 코미디 프로처럼 황당한 웃음을 지향하면서도 그다지 웃기지 않고, 첩보물 흉내를 내지만 액션은 싱겁다. 철저한 오락영화에서 재미와 볼거리가 없다면 볼짱 다봤다는 뜻이다. 이유는 한마디로 모든게 어설펐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두 남녀가 정보원이면서 서로의 신분을 숨긴 채 일과 연애를 병행하는 이야기는 흡사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액션은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억지 상황은 안스러울 정도. 국정원 직원들을 어찌나 바보처럼 묘사했던 지, 국정원 직원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화가 날 것 같다. 차라리 '총알 탄 사나..

영화 2009.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