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나오미 왓츠 7

페인티드 베일(블루레이)

사람들이 인생이라 부르는 오색 베일을 들추지 마라.(Lift not the painted veil which those who live call life) 퍼시 셀리의 시 '오색 베일을 들추지 마라'(Lift not the painted veil)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사람들은 오색으로 빛나는 베일 너머에 특별한 무엇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걷어보지만 막상 그 뒤에 있는 것이 꼭 희망적인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소설가 서머셋 모옴은 이 시와 젊어서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읽은 단테의 신곡 중 '연옥'편에 나오는 피아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소설을 구상한다. 남편은 아내 피아가 죽기를 바라며 말라리아가 무섭게 퍼지는 성에 가둔다. 그곳에서 피아는 병에 걸려 서서히 죽어 간다. 모옴은 1925년..

인터내셔널 (블루레이)

톰 티크베어 감독의 '인터내셔널'(The International, 2009년)은 잘 만든 스릴러다.이 작품은 테러리스트나 반정부단체 등에 무기 밀매를 알선해 주거나 돈세탁, 불법 자금을 대출해 주고 돈을 버는 다국적 은행 이야기다.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은행이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싶은데 놀랍게도 실화다.실제 내용을 약간씩 바꾸고 액션을 가미했지만 기본 소재는 1991년 발생한 국제신용상업은행(BCCI) 사건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파키스탄의 금융가 아베디가 세운 BCCI는 전 세계 70여 개국에 지점을 두고 금융거래를 했다.이들은 정상적인 금융 거래 외에 독재자들에게 자금 세탁을 해주거나 반정부단체, 테러리스트들의 무기 밀매를 알선해 주고 돈을 벌었다. 북한이 시리아에 판매한 스커드 미사일,..

멀홀랜드 드라이브(블루레이)

데이빗 린치 감독은 기괴한 이야기를 이용해 몽환적이고 충격적인 영상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들인 '이레이저 헤드' '블루 벨렛' '광란의 사랑'과 '트윈 픽스' 등을 보면 세상에서 보기 힘든 충격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트윈픽스' 분위기가 강한 '멀홀랜드 드라이브'(Mulholland Dr., 2001)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현실과 환상 혹은 꿈, 현재와 과거 시점이 마구 뒤섞여 있다. 그렇다 보니 이해하기 힘들고 복잡할 수 있는데, 린치 감독은 한 술 더 떠서 해답을 보는 이들에게 맡겼다. 즉, 감독이 정답을 규정하기 보다 각자의 생각대로 해석하는 열린 결말을 지향했다. 그런 점이 오히려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동양화의 특기인 여백의 미처럼 보는 사람들이 생각할 여지를 주기도 ..

버드맨

올해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각본, 촬영상 등 4개 부문을 몰아서 받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Birdman, 2014년)은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만한 영화다. 주인공이 겪는 내적 갈등과 혼란을 쉽게 공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배우 리건은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처럼 원작 만화를 토대로 만든 블록버스터 '버드맨'으로 한때 잘나갔던 할리우드 배우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 더 이상 버드맨으로 설 수 없게 된 그는 브로드웨이 연극 무대에서 배우로서 제 2의 인생에 도전한다. 리건은 진정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고 싶어하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버드맨의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감독은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영상으로 주인공의 고뇌를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문제는 그의 고뇌가 ..

영화 2015.03.11

이스턴 프라미스 (블루레이)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이스턴 프라미스'(Eastern Promises, 2007년)는 그의 전작인 '폭력의 역사'(http://wolfpack.tistory.com/entry/폭력의-역사)와 닮은 이란성 쌍둥이 같은 작품이다. 어느날 우연히 병원에 실려온 어린 산모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여주인공이 풀어가는 내용. 그 과정에서 잔혹한 러시아 폭력조직의 실태가 드러나고, 이를 눈치챈 폭력조직은 여주인공을 향해 위협의 손길을 뻗친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전작인 '폭력의 역사'에서 폭력이 주는 공포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언뜻보면 모순되고 서로 배치되는 이야기를 통해 폭력의 양면성을 다룬 전작처럼 이번 작품 역시 극한의 폭력이 주는 공포와 여기서 벗어나기 위한 주인공들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