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닉 놀테 4

엔젤 해즈 폴른(블루레이)

릭 로먼 워 감독의 '엔젤 해즈 폴른'(Angel Has Fallen, 2019년)은 '백악관 최후의 날', '런던 해즈 폴른' 등 소위 '폴른' 시리즈의 뒤를 잇는 세 번째 작품이다. 세 작품 가운데 완성도가 가장 높고 긴장감 넘친다. 내용은 미국 대통령 트럼블(모건 프리먼)의 암살 누명을 뒤집어쓰게 된 대통령 경호원 마이크 배닝(제라드 버틀러)이 진범을 추격해 음모를 분쇄하는 이야기다. 전체적인 구성은 미국 ABC TV 시리즈였고 나중에 앤드루 데이비스 감독이 영화로 만든 '도망자'와 흡사하다.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의사(해리슨 포드)가 도망 다니면서 진범을 찾아내는 도망자는 긴장감이 일품이었다. 전문 지식을 갖춘 주인공이 탈출과 범인 추적에 이를 활용하는 구성이나 집요한 추격을 아슬아슬하게 ..

씬 레드 라인 (블루레이)

호주에서 북서쪽에 위치한 솔로몬 군도는 1,000여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졌다. 이 중에서 큰 편에 속하는 섬이 6개 있는데, 과달카날도 그 중 하나다. 과달카날은 길이 140km, 폭 48km 정도의 섬으로, 제주도의 3.5배 크기다. 스페인의 페루 총독이 서쪽으로 가면 황금도시가 있다는 소문을 쫓아 조카인 알바르도 데 멘다나를 보내 발견한 섬인데, 멘다나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고향 지명을 따서 섬 이름을 명명했다고 한다. 이름도 생소한 이 곳이 제 2 차 세계대전때 태평양 전투의 승패를 가른 분수령이 됐다. 태평양 전역에서 보면 작은 섬이지만 이 섬을 장악하면 호주는 물론이고 솔로몬 해역과 멀리 필리핀 제공권까지 넘볼 수 있게 돼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이를 알아본 일본군은 1942년 7월, 재..

클린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클린'(Clean, 2004년)은 마약에 중독된 여인이 갱생의 길을 걷는 과정을 다룬 영화다. 주연은 감독의 부인이었던 장만옥이 맡았다. 주인공 여인은 록 가수인 남편과 함께 마약에 빠져 헤매던 중 남편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면서 새로운 삶을 맞게 된다. 뒤늦게 자신의 삶도 돌아보고 버리다시피 한 아들도 생각한다. 결국 그가 있어야 할 자리인 엄마로, 여인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과거와 단절하고 새 삶을 사는 것 뿐이다. 제목인 클린은 결국 여인의 새로운 삶을 의미한다. 하지만 삶이 그렇게 쉬운가. 어느 한 순간 지우개로 지우듯 깨끗이 지우고 새로 시작할 수 있다면 누구나 쉽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아사야스 감독은 삶의 힘든 변곡점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장만옥은 변화가 필요한..

사랑해 파리

20명의 영화감독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였다. 이유는 한가지, 사랑의 도시 파리를 찬미하기 위해서다. 면면들도 쟁쟁하다. '슈팅 라이크 베컴'의 거린더 차다, '굿 윌 헌팅'의 구스 반 산트, '파고'의 코엔 형제, '화양연화'를 찍은 크리스토퍼 도일,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알폰소 쿠아론, '스크림'의 웨스 크레이븐, '사이드웨이'의 알렉산더 페인 등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한 색깔을 지닌 감독들이 모였다. 이들에게 주어진 조건은 파리 시내 20개구 가운데 한 곳을 골라서 5분 내외의 영상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Paris, Je T'Aime, 2006년)다. 개성강한 감독들이 모이다 보니 각 편의 이야기도 다양하다. 흡혈귀의 사랑부터 중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