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다리우스 콘지 9

델리카트슨 사람들(블루레이)

장 피에르 주네와 마르크 카로가 공동 감독한 '델리카트슨 사람들'(Delicatessen, 1991년)은 기괴하면서도 기발한 영화다. 식인 문화부터 뚜렷하게 드러나는 계급 간 갈등 및 로맨스와 권력의 무상함을 꼬집는 냉소와 풍자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버무려 놓았다. 내용은 미래인지 과거인지 시대 가늠이 힘든 시절, 과거에 곡예사로 일했던 남자가 어느 정육점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식량을 구입하기 쉽지 않은 시절, 정육점은 종종 건물 주민들에게 고기를 공급한다. 그때마다 건물 세입자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정육점 주인은 딱 보기에도 백정처럼 우락부락한 느낌이 나는 거한이다.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하다 보니 사실상 건물의 권력자다. 건물 주민들은 그에게 잘 보여야 더 많은 고기를 살 수 있..

매직 인 더 문라이트(블루레이)

파리('미드나잇 인 파리'), 로마('로마 위드 러브'), 바르셀로나('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를 거친 우디 앨런 감독의 다음 행선지는 남프랑스다. 그가 만든 '매직 인 더 문라이트'(Magic in the Moonlight, 2014년)는 햇살 좋은 남프랑스를 배경으로 펼치는 마술사와 심령술사의 달달한 사랑이야기다. 주인공인 마술사(콜린 퍼스)는 중국사람으로 위장한 채 마술을 펼치는 영국인이다. 자신의 경험 때문인 지 영험하다고 소문난 젊은 심령술사(엠마 스톤)를 믿지 않는다. 오히려 심령술사의 사기술을 허물어뜨리겠다며 팔을 걷어붙인다. 하지만 정작 허물어진 것은 완고하고 보수적인 마술사의 마음이다. 그때부터 마술사에게는 심령술사의 영험한 술수가 사기인 지 진짜인 지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영화는 달..

미드나잇 인 파리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파리는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1920년대 파리에 머물렀던 시절을 회상하며 '파리는 날마다 축제'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2011년)는 이를 여실히 증명하는 영화다. 그는 파리 곳곳의 아름다운 풍물에 카메라를 갖다 대고 파리가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도시인 지를 보여준다. 파리를 가보지 않았거나 갈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더 할 수 없이 좋은 가이드영화다. 특히 촬영을 맡은 다리우스 콘지 감독은 거리를 거니는 관광객처럼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보이는 영상들을 편안하게 담았다. 어찌나 영상이 곱고 예쁜 지, 파리에 대한 없던 환상이 생길 듯 싶다. 그림만..

스틸링 뷰티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스틸링 뷰티'(Stealing Beauty, 1996년)는 우리나라에서 '미녀 훔치기'란 제목으로 개봉했다. 어머니가 한때 머물렀던 이탈리아의 투스카니 지방을 찾은 한 미국 여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내용이다. 어머니의 젊은 날을 쫓아 친부를 찾는 이야기는 뮤지컬영화 '맘마미아'를 닮기도 했다. 더불어 주인공 여성은 어머니의 과거를 발판으로 자신도 성숙한 여인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갖는다. 제목이 말해주듯 관음증적인 측면도 있어 창문이나 방문 너머로 여성을 잡는 카메라 앵글을 통해 남성들의 집요한 시선을 표현했다. 카메라를 잡은 인물은 '세븐' '패닉룸' 등을 찍은 유명한 다리우스 콘지. 영상은 DVD의 한계 때문에 베르톨루치 감독이나 콘지가 의도한 특징이 명확하게 살지 않아서..

세븐 (블루레이)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세븐'(Seven, 1995년)은 DVD 시절부터 화질이 아주 뛰어나기로 정평이 난 작품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감독이 플래티늄 DVD 시리즈 출시 전에 네거티브 필름을 사용해 디지털로 색 보정을 다시 거쳐 HDTV용으로 리마스터링 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명암대비나 색감은 다른 DVD에 비해 월등 뛰어났지만, DVD가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인 샤프니스의 저하는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샤프니스 문제는 1080p 풀HD가 지원되는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말끔하게 해결됐다. 그만큼 2.40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세븐'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상의 화질을 보여준다. 깔끔한 화질과 확실한 명암대비, 황량한 느낌이 제대로 살아나는 색감에 칼 끝처럼 딱 떨어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