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데보라 해리 4

아메리칸 지골로 (블루레이)

1980년대 중반 국내에서 폴 슈레이더 감독의 '아메리칸 지골로'(American Gigolo, 1980년)는 원래 제목대로 개봉되지 않았다. 당시 개봉 제목은 '리처드 기어의 아메리칸 플레이보이'. 남창을 뜻하는 지골로의 부정적인 의미도 문제였지만, 당시 사람들이 지골로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개봉도 해외에 비해 한참 늦은 1985년에 이뤄졌다. 후속작 '사관과 신사'가 1983년에 먼저 들어와 국내에서 리차드 기어의 인기가 올라가자 뒤늦게 개봉했다. 리차드 기어의 인기도 인기지만 이 작품은 사실 주제가 때문에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 데보라 해리가 보컬로 있었던 밴드 블론디가 부른 주제가 'Call Me'는 빌보드 차트 넘버 1에 오르며 영화보다 먼저 국내에 상륙했다. 당시 작곡가 ..

엘레지

사랑은 과연 젊은이들의 전유물일까. 이 같은 의문에서 출발한 이자벨 코이셋 감독의 '엘레지'(Elegy, 2009년)는 60대 노교수와 30세나 어린 여대생과의 사랑을 통해 그 답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주책이랄 수 있는 상황을 코이셋 감독은 담담하면서도 차분한 영상으로 사랑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시도한다. 두 남녀가 나이차를 극복하고 보여주는 진정한 사랑은 젊은이들의 사랑처럼 불꽃을 튀기지는 않지만 세월이 가져다주는 깊이가 남다르다. 세월은 사람을 겁쟁이로 만든다. 노교수는 진심으로 여제자를 사랑하지만 세간의 이목 때문에 두려워하고 주저한다. 그래서 이별에 아파한 뒤 새삼 진실한 사랑에 눈을 뜬다. 사랑 앞에서는 나이와 학식이 별 도움이 안된다. 그게 사랑의 묘미이자 부작용이다. 영화는 이 과정을 차분한..

비디오드롬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들은 보기 불편하다. '플라이' '네이키드 런치' '스파이더' '폭력의 역사' 등 그의 작품들은 온통 그로테스크한 영상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비디오드롬'(Videodrome, 1983년)도 마찬가지. 사람의 형체와 TV가 기괴하게 변하거나 배를 가르고 물건을 꺼내는 등 징그러운 영상들이 많다. 하지만 가학적인 영상들이 전부는 아니다. 그로테스크한 영상들 뒤에는 크로넨버그 감독이 전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조롱이 숨어 있다. 내용은 사람들에게 좀 더 자극적인 영상을 전해주기 위해 골몰하던 해적 방송 사장(제임스 우즈)이 급기야 비디오 영상에 지배돼 현실과 환상을 혼동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여기에는 자극적인 영상으로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TV에 대한 비판과..

Maria-블론디 (Greatest Hits CD & DVD 중에서)

요즘 김아중이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부른 '마리아'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노래의 원곡은 미국 팝그룹 블론디가 불렀다. 김아중의 노래가 맑고 경쾌하다면, 블론디의 원곡은 원숙하고 강하다. 영화 속에서 이 노래는 김아중이 새로운 삶을 선언하는 상징처럼 불렀다. 블론디에게도 이 노래는 영화와 같은 의미를 지닌 곡이다. 그룹 블론디는 유명 클럽의 웨이트리스이자 플레이보이지 모델이었던 데보라 해리가 애인이었던 크리스 스타인과 함께 1974년에 미국 뉴욕에서 결성했다. 당시 트럭운전사가 길가던 블론디를 보고 소리를 지른데서 착안해 그룹 이름을 지었다고. 블론디가 유명해진 것은 78년 'Heart of Glass'가 영국과 미국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였다. 이후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 쓰인 'Call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