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3

네이키드 런치: 블루레이

기괴한 영화를 만들기로 유명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네이키드 런치'(Naked Lunch, 1991년)는 그의 전작인 '플라이'처럼 충격적인 영상으로 가득 찬 작품이다. 1950년대 미국의 비트 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소설가 윌리엄 버로우즈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마약, 동성애, 살인 등 금기시된 소재를 기이한 영상으로 비틀어서 표현했다. 감독은 검열을 피해서 순화시켰다고 밝혔지만 그래도 다른 작품에 비하면 속이 거북한 그림 투성이다. 여기에 여성을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으로 볼 만큼 별난 철학을 가진 버로우즈의 세계관이 결합돼 난해한 작품이 돼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평단은 이 작품을 1991년의 대표작으로 추켜올리며 열광했다. 기존 영미문학과 다른 실험적 글쓰기와 소재의 차별성 ..

폭력의 역사(블루레이)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르며 전염병처럼 옮아간다. 폭력물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걱정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폭력의 희생자에게 전가되는 공포 또한 폭력처럼 전염된다. 특히 폭력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폭력이 주는 두려움이 더한층 배가된다. 이 같은 공포를 바탕으로 폭력은 가지를 치듯 더욱 증식한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폭력의 역사'(A History of Violence, 2005년)는 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내용은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에 낯선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저 조용한 카페 주인인 줄 알았던 주인공이 홍길동 같은 싸움 실력을 발휘해 총을 든 악당들을 순식간에 해치운다. 주인공은 위기에 처한 마을 사람들을 구하며 졸지에 영웅이 됐지만 그때부터 주변에 무시무시..

플라이 (SE)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플라이'(The Fly, 1986년)는 '투명인간'같은 공상과학(SF) 영화면서 더 할 수 없이 끔찍한 공포영화이자 가슴 아픈 사랑영화다. 이 작품은 플레이보이지에 게재된 조지 란젤란의 단편소설을 영화로 만든 1958년 작품을 리메이크했지만, 오히려 원작 영화를 능가하는 수작으로 거듭났다. 내용은 공간이동 기계를 발명한 과학자가 직접 생체 실험을 하다가 그만 전송기에 끼어든 파리와 합성되면서 점점 기괴한 괴물로 변해가는 이야기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여기에 과학자와 여기자의 엇갈린 사랑을 곁들여 끔찍하면서도 슬픈 내용으로 풀어냈다. 이 작품이 뛰어난 것은 지금봐도 끔찍한 분장과 기괴한 스토리, 그 속에 곁들여진 질병과 죽음에 대한 절묘한 은유다. 특히 과학자가 괴물로 변해가는 ..